지알원 (GR1)
OCI미술관 지알원GR1 개인전 전시전경 (1)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오는 1월 28일부터 3월 28일까지 그래피티 아티스트 지알원(GR1)의 초대 개인전 《Grrr!》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래피티를 단순한 시각적 스타일이 아닌, 태도이자 실천의 방법론으로 확장해 온 지알원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한다. 2000년, 청소년 시절 첫 그래피티를 제작한 이래 한국과 미국, 아시아 각지를 오가며 수많은 거리 작업을 남겼다. 2010년 이후부터는 내러티브를 가진 대형 그래피티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며, 거리의 즉흥적 흔적을 회화의 언어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OCI미술관 지알원GR1 개인전 전시전경 (2)
2019년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개인전을 기점으로 지알원은 본격적으로 제도권 미술에 진입한다. 그의 작업은 그래피티에 기반을 두되 그 형식에 갇히지 않는다. 회화와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넘나들며 그래피티의 외형과 활동 경계를 확장해 왔다.
지알원, 개들이 짖는다, spray paint on canvas, 227.3×181.8㎝, 2025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개들이 짖는다〉는 들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Grrr)를 시각화한 작품으로, 전시의 제목임과 동시에 지알원의 작가적 태도를 상징한다. 그의 들개는 무작정 공격적인 게 아니라, 지키고 드러내기 위해 울부짖는다.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제도의 폭력성에 맞서, 사회 주변부에서 사라지고 잊히는 대상을 지속적으로 호출한다. ‘여기에 있었다’는 존재적 사실을 발언하는 것이다.
지알원, People, I Know, archival pigment print, 13×20.8㎝ ea. 77pcs, 2014-2016 (Detail)
따라서 지알원의 시선은 늘 사회의 기준에 의해 소외된 대상들을 향한다. 그는 2014-16년도에 주위의 동료 예술가들을 동아시아 주요 도시의 거리 위에 스트릿 아트로 남기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 프로젝트 〈People, I Know〉를 진행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2025년, 주변 지인들을 다시 캔버스 회화 〈People, Like This〉(2025)로 제작한다. 이번에는 타투이스트, 펑크 뮤지션, 코스플레이어 등 비주류 문화 영역의 인물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지알원, People, Like This – JEONG YEAWON_, acrylic and paint marker on canvas, 227.3×162.1㎝, 2025
전시장에는 그 두 작업이 10년의 시간차를 딛고 함께 어우러진다. 이렇게 지알원은 이면의 얼굴들을 불러내어 ‘그들이 여기에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해 낸다.
주변에 머무는 존재에 주목하는 방식은 그의 〈Osakascape–JUSTMEET〉시리즈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 작업은 07년부터 교류해 온 재일교포 3세 그래피티 아티스트 시모무라 코이치(下村宏一, SHIMOMURA Koichi), 필명 ‘JUSTMEET’의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영상과 회화 작업으로, 사회의 틈새에 존재하는 개인의 정체성을 직면하게 한다.
지알원, Osakascape – JUSTMEET, spray paint on canvas, dimensions variable, 27pcs, 2025
그가 주목하는 존재는 비단 인물에 그치지 않는다. 자투리 목재를 활용하여 조각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설치 작업 〈NEW GARDEN〉은 주변부에 머물던 존재들을 끊임없이 시선의 중심으로 전환해 온 지알원의 작업적 실천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알원, New Garden, spray paint on wood, object, dimensions variable, 2025
존재를 발언하는 방식은 그의 작업에서 특히 ‘기록’과 ‘수집’의 형태로 드러난다. 그래피티의 휘발성 때문에, 지알원은 시작과 과정, 결과를 아우르는 모든 것을 물리적/비물리적으로 남기려는 강박적 태도를 유지한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요하게 기록하고 수집해 온 방대한 자료들은 자연스레 거대한 규모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데 이른다.
지알원, Archives 2000-2025, archival pigment print, 79×55㎝ ea. 42pcs, 2025
지알원의 집요한 기록 강박이 만들어낸 작업으로는 대형 사진 아카이브 〈Archives 2000–2025〉가 있다. 최초의 스케치(1999)와 첫 그래피티 작업(2000)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를 오가며 남긴 거리 작업의 흔적과 에피소드를 기록한 사진들이 15m에 달하는 벽 전체를 꽉 채운다.
지알원, Defrag – Stickers, sticker collage on canvas, d.120㎝, 2025 (Detail)
나아가 그래피티 부산물을 작업으로 전환한 〈Defrag–Walls, Cans〉, 거리 곳곳에 붙어 있던 태깅 스티커 수백 점을 수집하여 캔버스 위에 부착한 작업 〈Defrag–Stickers〉은 지알원의 광적인 수집가적 면모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작업들이다.
OCI미술관 지알원GR1 개인전 전시전경 (3)
이제 지알원은 그래피티와 순수미술, 거리와 제도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그러나 그의 약력의 첫 문장은 여전히 “2000, 거리에서 그래피티 작업 시작”이다. 이는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장이라기보다, 언제나 그래피티적 방식과 태도로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결의에 가깝다. 지워질 것을 알기에 끊임없이 남기고, 사라질 것을 알기에 끈질기게 기록해 온 지알원의 그래피티 여정을 따라가 보자. 작가의 삶의 궤적과 함께 무한히 확장해온 작업의 다채로운 면모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3월 28일까지.
OCI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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