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

▷ 지금의 작업 세계는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유학 시절 타인과의 신체적 차이를 직면한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사회가 선호하는 기준에 맞춰 신체를 변형하는 광학 헬멧과 장치를 직접 만들어 착용한 《The Objectuals》 연작으로, 신체를 규정하는 시선의 틀과 규범을 역으로 드러내고자 했죠. 그 과정에서 변형된 외형이 의인화된 캐릭터와 닮았다는 발견이 《ANIMATUS》 연작으로 확장됐습니다. 가상 캐릭터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운동이 가능한 골격 구조로 재현하며, 존재하지 않는 대상의 실존을 믿게 만드는 탐구를 이어왔습니다. 제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은 언제나 몸이라는 매개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 작품을 AR(증강현실)로 옮기면 어떤 경험이 새로 열립니까?
이번에 선보이는 《ANIMATUS》 연작 2점은 가상 캐릭터의 신체를 해부학적 도상으로 분석하고 기록한 드로잉입니다. 평면 고유의 질감이 훼손되지 않도록 중형 카메라로 최상의 고화질을 확보하는 데 가장 신경 썼습니다. AR로 재현된 화면은 실물 감상의 물리적 거리감과 조명의 한계를 넘어, 원화보다 오히려 더 세밀하게 확대해 볼 수 있습니다. 눈으로는 미처 포착하기 힘들었던 섬세한 필선과 해부학적 기호들이 드러나죠.

▷ 관객이 그 앞에서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작품을 독점하듯 원하는 만큼 시간을 들여 들여다보며 관찰의 재미를 느끼셨으면 합니다. 정교한 선들 사이에는 지우고 다듬기를 반복한 자국, 폰트로 출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하나 써 내려간 글씨 같은 인간적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종이 위에 새겨진 작가의 집요한 노력과 시간의 궤적을 발견하는 뜻밖의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