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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황수연

 

▷ 몸과 형상을 다루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저는 물질과 신체가 서로를 매개하며 몸이 만들어지는 조건을 탐구합니다. 형상의 출발은 우연이었습니다. 의복 제작 학원에 다닐 때 구입해 작업실에 오래 두었던 신체 재단자가 본래 사람의 몸에 맞는 입체를 만들기 위한 도구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면서, 그 곡선과 직선을 조각의 구조로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종이 몸, 종이 얼굴》은 종이를 재단하고 이어 붙여 만든 속이 빈 조각입니다. 얇고 가벼운 종이는 여러 면이 서로를 지지하며 가까스로 부피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습기를 머금고 찌그러지거나 닳아 다시 평평한 종이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를 재료가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료를 손으로 직접 다루는 일은 어떤 의미입니까?
저는 재료를 저와 동등한 관계에 두고 긴 시간을 보냅니다. 재료에 잠재된 형상과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목적 없이 만지고, 두드리고, 때로는 뜯어보기도 합니다. 제 신체적·심리적 상태를 물질에 투영하면, 물질 역시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며 응답합니다. 이 과정은 물질과 제가 함께 핸들을 잡고 방향을 조율하는 협상에 가깝습니다. 기계 공정을 활용하기도 하며, 손의 감각과 정밀한 제작 방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오류와 이질감을 탐색합니다.

 

 

The Lake, Printed paper, 190×121×100 cm, 2019

 

 

▷ 작가님의 작업과 《HUMAL》은 어디에서 만납니까?
제 작업에는 인간과 동물, 식물 사이 어딘가에 놓인 비인칭적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인간은 역할과 언어, 규범으로 규정되지만, 몸의 차원에서는 비인간 생명체와 같은 물질적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먹고, 닳고, 다치고, 늙고, 죽습니다. 부엌에서 동식물을 손질하고 먹는 동안 그들은 어느새 제 몸의 일부가 됩니다. 몸은 서로를 통과하고, 형상은 순환하며, 그 안에서 경이와 가혹함이 함께 존재합니다.

 

▷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종이 몸, 종이 얼굴》은 얇은 외피로 큰 부피를 지탱하면서도 언제든 무너질 가능성을 품은 조각들입니다. 저는 불완전함이 단지 강함의 결핍인지, 아니면 그 자체로 하나의 가능성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를 묻고자 합니다. 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이 연약한 몸들 곁에 잠시 머물며, 그 안에 쌓인 시간을 느끼고 조용히 함께 존재하는 경험을 나누기를 바랍니다.

 

 

 

Installation view of ‘Young Korean Artists 2019, Liquid, Glass, Sea’,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Gwacheon, Gwacheon,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