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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

강건

 

▷ 몸과 형상을 다루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작업은 제 얼굴에서 시작됐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를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 지내야 했던 시절, 자화상을 그리고 제 두상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머리 형상이었지만 저에게는 해소를 위한 덩어리에 가까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덩어리는 점차 불어나 몸을 갖게 되었고, 뒤틀리고 변형되며 다른 몸과 융합하거나 동물의 형상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형상을 끊임없이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불안정한 상태와, 그 안에 잠재된 또 다른 모습으로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재료를 손으로 직접 다루는 일은 어떤 의미입니까?
저는 ‘손맛’, 즉 손의 흔적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손으로 조물조물 만지고 누르며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유를 느끼고, 매번 예상하지 못한 발견을 얻게 됩니다. 그렇게 쌓인 작은 발견들은 작업이 다음에 어디로 나아갈지를 알려줍니다. 작가의 가장 작은 터치부터 몸 전체를 사용하는 커다란 움직임까지, 작업하는 동안 일어난 모든 행위가 조각 안에 축적된다고 생각합니다.

 

 

Dispparatus III, Animal glue, calcium carbonate, fabric, mica powder, paraffin wax, polyurethane foam, soft pastel, 138×61×36.5 cm, 2026

 

 

▷ 작가님의 작업과 《HUMAL》은 어디에서 만납니까?
제 작업 속 일부 형상은 인간과 동물이 뒤섞인 혼종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동물적 본능은 순수하면서도 위태로운 것이고, 인간의 이성은 그 본능을 보호하는 동시에 억제하는 껍질처럼 느껴집니다. 가죽과 깃털, 양모 펠트, 인조 모피를 사용해 조각의 표면에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긴장과 이완이 함께 존재하는 상태를 담아왔습니다. 최근에는 탄산칼슘과 아교를 섞어 새의 알처럼 얇고 깨지기 쉬운 표면을 만들며, 외피가 깨지고 변화해 또 다른 상태로 이어지는 과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저는 몸과 형상을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바라봅니다. 하나의 형상 안에서 부드러움과 단단함, 유지와 붕괴, 보호와 취약함 같은 상반된 힘이 함께 작동하도록 합니다. 관객이 작품이 무엇을 재현하는지 곧바로 판단하기보다, 무너지면서도 유지되고 사라지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를 천천히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그 불안정함 속에서 취약함이 소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정해지지 않은 또 다른 상태의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느꼈으면 합니다.

 

 

 

Dispparatus II , Animal glue, calcium carbonate, fabric, mica powder, paraffin wax, polyurethane foam, soft pastel, 207×112×32 cm,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