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수

▷ 몸과 형상을 다루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여러 인종과 종교, 문화권의 홈스테이 가정을 옮겨 다니며 살았지만, 저는 언제나 ‘동양인 여성’으로 읽혔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보다 타인이 내 몸을 통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예민하게 다가왔고,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신체와 정체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겉으로 아무런 증상이 없었음에도 CT 촬영을 통해 몸 안에서 자라는 혹을 발견했습니다. 그 충격을 계기로 신체 내부가 드러나고, 여러 신체의 상태가 한 몸 안에서 중첩되고 충돌하는 인체 조각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 재료를 손으로 직접 다루는 일은 어떤 의미입니까?
제 작업은 광고나 스톡 사진에 등장하는 매끈한 신체 이미지를 수집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미지를 출력한 뒤 손으로 구기고 찢고 다시 만지며 완벽하게 정돈된 표면을 무너뜨립니다. 실제 몸에는 상처와 주름, 살아가며 쌓인 긴장과 압력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손을 거치면 화면 속 이미지는 무게와 부피를 지닌 물질이 되고, 실제 공간을 점유하는 몸으로 바뀝니다. 다만 그 몸은 완벽한 몸이 아니라 상처와 긴장의 흔적을 품은 몸입니다.

▷ 작가님의 작업과 《HUMAL》은 어디에서 만납니까?
제 작업은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으로 읽히기를 거부합니다. 한 몸 안에는 여성도 남성도 아니면서 동시에 둘 다이기도 한, 서로 충돌하는 정체성들이 공존합니다. 그 안으로 돼지의 이빨, 원숭이의 입, 개의 코와 같은 동물의 이미지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하나의 몸 안에 여러 존재와 감각이 함께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 안에도 동물적인 감각과 본능이 있으며, 인간 역시 하나의 안정된 정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여러 신체 이미지와 가볍고 연약한 재료가 뒤엉켜 이루어진 인체 조각을 선보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구분해온 경계들이 하나의 몸 안에서 섞이고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관객이 서로 다른 감각과 감정이 뒤섞인 몸을 천천히 바라보며, 그것들이 몸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는지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람마다 다른 몸의 경험을 떠올리고, 인간과 동물, 나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