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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수

곽지수

 

▷ 몸과 형상을 다루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여러 인종과 종교, 문화권의 홈스테이 가정을 옮겨 다니며 살았지만, 저는 언제나 ‘동양인 여성’으로 읽혔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보다 타인이 내 몸을 통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예민하게 다가왔고,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신체와 정체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겉으로 아무런 증상이 없었음에도 CT 촬영을 통해 몸 안에서 자라는 혹을 발견했습니다. 그 충격을 계기로 신체 내부가 드러나고, 여러 신체의 상태가 한 몸 안에서 중첩되고 충돌하는 인체 조각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 재료를 손으로 직접 다루는 일은 어떤 의미입니까?
제 작업은 광고나 스톡 사진에 등장하는 매끈한 신체 이미지를 수집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미지를 출력한 뒤 손으로 구기고 찢고 다시 만지며 완벽하게 정돈된 표면을 무너뜨립니다. 실제 몸에는 상처와 주름, 살아가며 쌓인 긴장과 압력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손을 거치면 화면 속 이미지는 무게와 부피를 지닌 물질이 되고, 실제 공간을 점유하는 몸으로 바뀝니다. 다만 그 몸은 완벽한 몸이 아니라 상처와 긴장의 흔적을 품은 몸입니다.

 

 

Mara with One Eye, Wire, bamboo, PVC tubing, electrical wire, cable ties, epoxy putty, acrylic paint, adhesive tape, paper, fabric, stickers, tinsel, rhinestones, 170×65×65cm, 2026

 

 

▷ 작가님의 작업과 《HUMAL》은 어디에서 만납니까?
제 작업은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으로 읽히기를 거부합니다. 한 몸 안에는 여성도 남성도 아니면서 동시에 둘 다이기도 한, 서로 충돌하는 정체성들이 공존합니다. 그 안으로 돼지의 이빨, 원숭이의 입, 개의 코와 같은 동물의 이미지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하나의 몸 안에 여러 존재와 감각이 함께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 안에도 동물적인 감각과 본능이 있으며, 인간 역시 하나의 안정된 정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여러 신체 이미지와 가볍고 연약한 재료가 뒤엉켜 이루어진 인체 조각을 선보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구분해온 경계들이 하나의 몸 안에서 섞이고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관객이 서로 다른 감각과 감정이 뒤섞인 몸을 천천히 바라보며, 그것들이 몸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는지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람마다 다른 몸의 경험을 떠올리고, 인간과 동물, 나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Praying Woman, Wire, paper, tape, sunflower seeds, stickers, tire, cable ties, wrapping paper, rhinestones, keychain, copper pipe, PVC hose, game cards, bamboo, 170×90×70 cm,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