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권

▷ 몸과 형상을 다루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어릴 적부터 거울에 비친 사물의 뒷면을 보고 싶었고, 브라운관 TV 화면 속 납작하게 눌리고 길게 늘어난 사람들을 꺼내보고 싶었습니다. 평면 안에서 입체를 인식하려 했던 습관, 어쩌면 착각과 환영을 좇았던 셈입니다. 어린 시절 가족을 향해 품었던 애틋함은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마음은 첫 번째 연작 《버스정류장》에 담겼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사람들의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기념하고자 했습니다.
▷ 재료를 손으로 직접 다루는 일은 어떤 의미입니까?
매끈한 기성품과 대량생산된 사물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조각은 제 눈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곳입니다. 무언가를 만들고 있으면 걱정이 사라지고, 재료를 매만지는 일은 유희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작업 초기에는 포토샵으로 왜곡한 사진을 보며 찰흙으로 형상을 빚었고, 이후 3D 스캐너와 3D 프린터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조립과 마감, 채색은 여전히 손으로 직접 합니다. 최근에는 나무를 깎으며 찰흙과 온몸으로 소통하던 초기 작업의 촉각적 감각을 다시 떠올리고 있습니다.

▷ 작가님의 작업과 《HUMAL》은 어디에서 만납니까?
저는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를 언어가 구분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는 동물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부비는 감각의 총체가 떠오릅니다. 어느 순간 제 작업이 언어 없는 이미지의 덩어리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형상들은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와도 같습니다. 알맹이 없는 껍질이자 특정할 수 없는 존재를 위한 좌대인 셈입니다. 우리가 이성이라 부르는 것 역시 결국 본능과 감각이 드리운 그림자일지 모릅니다.
▷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작품의 해석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몸과 감각이 우리가 가진 전부이기에 느끼게 되는 무상함과 공허함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공허함 너머를 갈망하는 마음이 서로 닮아 있다면, 작품 앞에서 잠시나마 함께 공감하는 순간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