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근

▷ 몸과 형상을 다루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처음에는 몸이 아니라 피부에 주목했습니다. 흑백 연작 《아줌마》와 《소녀연기》를 작업하며 피부의 디테일과 질감이 인물의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저는 표정이 아니라 인상(印象)을 담는 초상 작가입니다. 표정은 보이는 것이고, 인상은 남는 것이죠. 《Ambivalent》에서는 얼굴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감각의 결을 드러내기 위해 몸을 더했습니다. 남성과 여성, 이성과 본능 같은 단순한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정체성과 욕망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 왜 상처와 불안에 주목하십니까?
제가 담는 것은 상처라기보다 흉터에 가깝습니다. 상처는 지나가는 사건이지만, 흉터는 시간이 흘러도 몸과 얼굴에 남는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져온 것은 불안 그 자체보다 그것을 감추려는 얼굴입니다. 사진이 대상의 내면을 직접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사진에서 읽는 것은 대상의 내면이 아니라 그것을 내면이라고 믿는 우리의 해석일 뿐입니다. 오히려 잘 만들어진 전면(façade)을 오래 바라볼 때, 그 사람이 감추고자 하는 것이 조금씩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 작가님의 작업과 《HUMAL》은 어디에서 만납니까?
저는 오랫동안 얼굴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려 해왔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몸은 얼굴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이 미처 남기지 못한 인상을 더하는 또 하나의 층위입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긴장을 만들어내는 관계의 장소인 간(間)의 개념도 작업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HUMAL》이 인간 안에 공존하는 감각과 본능을 이야기한다면, 《Ambivalent》는 그 긴장이 한 사람의 얼굴과 몸에 어떤 인상으로 남는지를 바라보는 작업입니다.
▷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Ambivalent》는 서로 다른 욕망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느슨하고 모호한 긴장을 바라봅니다. 제 사진은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유하는 정체성과 불확실한 욕망, 감춰진 강박이 얼굴과 몸에 남기는 인상을 기록합니다. 사진은 대상을 설명하기보다 그 존재를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초상은 사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