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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희

성병희

 

 

▷ 몸과 형상을 다루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현실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붓을 놓아야 했습니다. 다시 캔버스 앞에 섰을 때, 누군가를 만족시키거나 위로를 건네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철저히 나 자신에게 진솔한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제 안에 머물던 감정과 기억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몸과 뼈, 날것의 형상은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감각을 드러내는 저만의 언어가 됐습니다. 많은 관객이 제 작업을 무섭다고 했지만, 정돈된 겉모습 아래의 그 감각이 바로 제 자신이었습니다.

 

▷ 왜 상처와 불안에 주목하십니까?
불안은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각인지도 모릅니다. 제 삶은 불안과 상처로 가득 차 있고, 그림은 그것을 견디는 방식입니다. 상처와 트라우마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나와 함께 존재하며, 다시 저를 캔버스 앞으로 이끕니다. 다만 진솔함과 노골적임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처를 직접 드러내기보다 상징과 비유를 통해 풀어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을 집요한 붓질로 붙들어 두는 것이 제가 작업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Animus, Acrylic on canvas, 162×130 cm, 2026

 

 

▷ 작가님의 작업과 《HUMAL》은 어디에서 만납니까?
제가 그리는 동물은 자연을 묘사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 안에 존재하는 본능과 무의식의 형상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서로 다른 존재 사이가 아니라, 한 인간 안에서 의식과 무의식, 이성과 본능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기억과 상처, 트라우마, 에고와 이드가 뒤엉켜 괴물적 존재들을 만들어냅니다. 눈과 심장, 알과 도마뱀, 사인검은 각각 기억과 감정, 불안과 욕망을 상징합니다. 이 모든 것은 그것들과 싸우고, 정화하고, 공존해온 기록이자 제 삶의 해부도입니다.

 

▷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랍니까?
제 작품이 관객에게 삶을 견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카프카를 통해 자신의 어둠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 그림 앞에 선 사람들에게, 이 상처뿐인 삶을 함께 아파하고 견뎌내려는 또 다른 사람이 여기에 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상처받는 것도 사람이고, 그 상처를 견디며 살아가는 것도 결국 사람입니다.

 

 

 

Drifting, Acrylic on canvas, 162×130 cm,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