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WELLSIDE GALLERY
2021.10.18 – 11. 15
천리주
2021년 10월18일부터 11월15일까지 반포에 위치한 샘터화랑(Wellside Gallery)에서 중국의 추상화가 천리주(1979~)의 “Meditation Space” 개인전이 열린다. 천리주의 최근작들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에서 그만이 가진 색과 형태의 추상 회화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천리주는 40년 남짓한 중국의 짧은 추상화 역사 속에서, 추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젊은 예술가이다. 중국 푸젠성 출신으로 상하이사범대학에서 유화를 전공한 뒤, 네덜란드 Hanze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대학에서는 사실주의 화풍을 공부했지만, 형상의 구속 없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네덜란드 유학시절부터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2010년 후베이성 미술관 개관 기념전으로 주최한 “중국 현대 추상 예술전”에 가장 어린 30대 작가로 초청되었으며 작품이 소장되었다. 2013년 한국 박수근 미술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국과의 연을 이어나갔으며, 2016년에는 세계적인 중국 둔황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21년에는 베이징 UCCA와 광둥성 OCAT와 같은 중국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하며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예술가는 색깔의 암호를 푸는 사람이다- 천리주”
천리주의 그림에 있어서 색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관심은 다른 습도와 온도에서 하나의 색이 어떻게 달라지며, 어떤 색이 섞이고 겹쳐지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등 색에 대해 꾸준한 실험으로 이어졌다. 각각의 색을 열 겹 심지어는 스무 겹을 캔버스에 덧칠해 오묘한 색을 만들어 낸다. 박물관에서 본 오래된 도자기의 색이나 길 가다가 본 옷의 색깔에 감동하면 그 색을 연구해 자신의 그림에 표현해 놓는다. 그리고 그 색으로 자신의 감정과 사고와 경험을 담아낸다.
“내 그림 속에 사용된 색채들은 함축적이지만, 영원한 빛을 뿜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류의 궁극적인 감정에까지 비출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내 그림을 보는 이들이 그림들과 심적 교감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천리주”
작가는 네덜란드 유학 후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고전을 탐구해나갔고, 장자의 ‘호접지몽’에서 모든 존재가 상대적임을,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한 것임에 착안하여 고요 속의 공간을 구축해나갔다. 바라보는 위치가 고정된 서양의 원근법과 달리 동양 산수화에 있어 곽희의 심원법은 인간과 산수가 만나는 과정의 자유로운 시점이다. 이처럼 천리주의 작품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들어가 생각하고 유영하는 하나의 세계다.
천리주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캔버스의 테두리이다. 프레임 작업은 정면성을 추구하는 회화에서의 전통적인 표현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각 그림을 동시에 입체적인 조각으로 만든다. 이러한 경계선의 발견은 화면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작가가 추구하는 ‘생각하며 놀 수 있는’ 명상 공간을 창조한다.
천리주의 작품은 두 가지 선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조용한 질서를 만들어 낸다. 하나는 감성이며, 다른 하나는 이성이다. 그는 그림을 즉흥적으로 휙 그려내지 않는다. 충분히 생각하고 스케치를 하고 이 과정에서 모든 그림을 정확히 계산한다. 이 창작 과정에서 사용된 각각의 선, 각각의 색깔, 그리고 사이즈 모두가 그림의 목적에 맞게 정확하게 설계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서는 질서가 느껴진다. 이 이성의 질서와 각각 다른 악기로 연주하고 있는 듯한 감성의 색은 하나가 되어 그의 그림 전체를 형성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언뜻 보면 잔잔하고 고요한 질서가 흐르는 듯하지만, 계속 보고 있노라면 에너지가 끓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천리주의 작품은 한국 박수근 미술관, 중국 후베이성 미술관, 베이징 성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샘터화랑
서울시 서초구 고무래로 8길 4 2층
02 514 5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