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gallery NoW
2021.5.6-5.30 (Closed on Monday)
김지희
Keep Shining
눈물을 흘리면서 웃는 아주 명랑한 소녀 캔디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하는데, 종종 눈물은 밝은 웃음의 뒤편에 몸을 웅크리고 타자를 응시하곤 했다. Sealed smile 작업의 모체가 되어 준 초기 작업의 먼 어귀에는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의 <슬픔이여 안녕>의 마지막 페이지가 있었다. 그 웃음과 눈물이 섞인 얼굴 위에 눈을 감추는 안경을 씌운 지 1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작업실에서 수 없는 작품들과 충만한 시간을 소요했다.
안경 너머 숨어있을 상실과 고독을 위로하고 연민하기도 했고, 꽃처럼 피고 지는 생의 순환 속에 놓인 유한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기도 했다. 전쟁, 신화의 이미지나 욕망이 투영된 도상, 일상 속 크고 작은 파편들을 영감으로 채집했고, 동시대의 여러 화두들과 작업을 씨줄 날줄 꿰어 발표하기도 하는 동안 인물은 다양한 주제를 만나 변주해 갔다.
인물에 천착해온 시간 동안 늘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생-욕망-죽음의 허무한 찰나 속에서도 어떠한 의미가 있을 삶에 대한 희망이었다. 그 희망의 기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래 미소를 머금은 인물의 표정에 담겼다. 아우성을 치듯 화려하게 증식되는 보석으로 안경을 채우는 순간에도, 희망의 연장선에 존재하는 욕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뜨겁게 욕망하고 희망하며 앞을 향해 가야만 하는 것은 시지프스의 노역처럼 서글픈 인간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한 욕망은 때로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흰 화면을 채운 보석과 소비재들, 그리고 꽃, 벌 같은 생명체들은 영원하다고 믿는 대상과 유한한 생명의 한계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치했다. 그 대치는 허무함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순간의 소중함이기도 했다.
화면 속의 미물 처럼 한 번 밖에 살지 못하는 삶의 유한함을 직면할 때면 개인이 느끼는 삶의 무게 역시 무한한 시간의 층위에서 가볍게 부유해 흩어져 버림을 느낀다. 집착하고 욕망하고 희망하면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함을 인지할 때에 어깨 위에 층층이 쌓인 삶의 더께가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끊임없는 욕망 가운데 삶의 기저에 흐르는 결핍과 고독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생은 유한고 헛되다는 본질인지 모른다. Carpe diem(현재를 잡아라)는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와 대치하면서도, 죽음을 기억해야만이 현재의 소중함에 닿을 수 있음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본 전시 작품들은 유독 밝다. 매 시기 숙제처럼 주어지는 사회적 기준과 편견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온 교정기가 없는 작품들도 많다. 미소를 조금 더 희망적으로 해방시킨 작품들이다. 표현적인 면에서도 수없이 색을 덧 입히는 장지 채색에 순간성이 담긴 두터운 아크릴 마띠에르를 혼용하며 회화적인 표현과 주제의식을 강화했다.
KEEP SHINING, 전시 타이틀에는 각자의 무게를 안고서도 우리의 순간이 미소처럼 빛나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도 빛나는 삶이다.
갤러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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