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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현 顯現

이상민

Installation view

갤러리스클로는 8월 8일부터 9월 13일까지 2017년, 2021년 이후 이상민 작가의 세번째 개인전 《Epiphany 현현 顯現을 개최한다. 이상민 작가는 유리와 빛을 이용하여 비물질성, 시간의 영원성과 영혼의 정신성에 관한 주제를 천착해 오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을 연결해주는 ‘기 시리즈’와 팬데믹 기간에의 강인한 생존력을 은유한 ‘선인장 시리즈’에 이어, 본 전시에서는 ‘잎사귀 시리즈’ 12점을 선보인다. 이상민의 신작 <일시적 순간 Transient Moment> 연작은 그가 새벽 작업실 주변의 자연에서 만나는 나뭇잎사귀를 모티프로, 잎에 물방울이 맺힌 찰나의 순간을 음영과 선을 통해 드러내며 빛과의 교감을 보여준다.

일시적 순간 9 Transient Moment 9, 2024, h142.6 x w142.6 x d6 cm, Engraved glass and framed

이상민작가(b.1966)는 프랑스에서의 유학 이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유리를 선택하여 불에 태운 나뭇잎을 판유리 사이에 배치한 <Odeur>(1998), 유리병 안에 귀 모양의 조각을 넣은 <Sound Installation>(2001)와 같은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작업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파동과 기억, 시간, 자전적 경험을 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어린 시절 그가 물수제비를 만들며 놀았던 추억은 그에게 작업적 영감을 제공하였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파문에 유독 관심을 보였던 그는 물의 파장을 직접적으로 유리에 구현하였고 그에 대한 형식적 변주는 자연스럽게 <기> 연작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대접, 사발, 항아리의 윤곽을 약 10mm의 유리판 위에 조각하고(engraving) 물에 그릇이 잠긴 효과를 빛과의 접촉을 통해 구현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중첩되는 상황을 시각화하였다.

일시적 순간 7 Transient Moment 7, 2024, h124 x w104 x d6 cm, Engraved glass and framed

시간과 영원성에 대한 이상민의 탐구는 이번 신작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신작 <일시적 순간 Transient Moment> 연작은 잎사귀를 모티프로 가져온다. 그는 작업실 주변에서 잎에 맺힌 물방울이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였고 자신이 경험한 일시적인 순간을 영속적인 화면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빛이 판유리 위로 드리워져 나타나는 잎사귀의 테두리와 잎맥의 줄기는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변화하며 일렁이는 음영과 선으로 표현된다. 이는 마치 잎사귀 위로 물이 번지고 지나가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물의 흐름이 곧 시간의 흐름이라는 이상민만의 수사법은 찰나와 영원의 간극을 좁히며 작가가 경험한 시간과 공간을 관람객이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일시적 순간 6 Transient Moment 6, 2024, h124 x w104 x d6 cm, Engraved glass and framed

<일시적 순간> 연작은 시점에 따라 잎이 확장하거나 잎맥이 분산되는 양상을 보여줌으로써 관람객을 움직이도록 유도해 관람객과 빛, 유리 사이의 교감을 더욱 효과적으로 허락한다. 감상자는 다채롭게 변화하는 형상의 잎을 발견하게 되고 다양한 빛의 효과를 감상하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시간에 대한 사유를 시도하게 된다. 

Detail cut of <일시적 순간 5 Transient Moment 5>

빛, 유리, 관람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이번 전시가 물방울이 잎 위로 번지는 순간, 잎과 그 안에 내재된 역동성과 생동감을 감각하면서 영원성을 반추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갤러리 스클로
서울시 중구 다산로16길 29 비컨힐빌딩 1층
02-2236-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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