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org는 Internet Explorer 브라우저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습니다. Edge, Chrome 등의 최신 브라우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검은서리

Hyeon O

바라본 얼굴, 2024, mixed media, 130 x 194cm

오는 8월 6일 부터 29일까지 약 3주간 갤러리 이마주에서 현오 작가의 <검은 서리> 전시가 개최된다. 전시 제목인 검은 서리는 매우 건조하고 추운 날씨에 식물의 잎 표면에 검게 발생하는 서리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검은 서리’를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방황하는 시선 속에 자신이 수렁에 빠져 검게 바스러져 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제야 자신을 바라본다. 그 어둠 속에서 날것의 “자아”를 직면하는 것. 작가는 방랑하고 낡아 있는 기억들과 이미지를 낚아채 눈사람을 만들어 화면 안에 구현한다. 이들은 어떠한 기억들로 이루어진 각 각의 기업집합체로 볼 수 있다. 수많은 얼굴 속 큰 눈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혼을 내기도 또는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검은 서리’를 만나 얼어붙어 가는 이들이 자신과의 만남으로 온전한 ‘나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서리의 경계면을 뚫고 나와 새로운 봄을 맞을 수 있길 작가는 바라고 있다. 그 경계를 깨고 나온 자만이 매 순간 봄은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Snoeman, 2024, Ink on paper, 80.3 x 100cm

모든 이에게는 각자의 서사가 존재한다. 각자의 이야기는 내리는 눈처럼 살아온 시간만큼 켜켜이 조금씩 꾸준하게 쌓여왔다. 버겁게도 하얗게 끊임없이 내리던 눈은 어떠한 형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녹아버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지쳐가는 자극 속에서 애정 하는 이가 내민 손조차 보고 싶어 지지 않을 때, 우리는 각자의 고독과 외로움에 필연적으로 맞서야 한다.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늙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대를 견뎌내 온 청년의 육체는 때때로 빛을 갈망하면서도 어둠에서 안식을 찾곤 한다. 그 감정들이 자신을 삼키고 옥죄어올 때 우리는 무슨 힘으로 그것을 버티어 낼 까. 크고 작은 자극들이 몰아치는 외부의 세계에서 삶을 능동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선 우리는 자신을 가감 없이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마주한 그곳에 있을 내가 희미한 안개가 되어 사라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작은 눈덩이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 그 눈덩이는 굴러다니며 점차 커져 내 안을 채우고, 나의 조력자가 되어 현재의 내 삶을 더 안녕하고 굳건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당신의 눈사람은 안녕한가.

-현오 작가노트 중

 

갤러리 이마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20길 12, B1
+82 02 557 1950

WEBSITE  INSTAGRAM

Share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