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8 - 4. 27 | [GALLERIES] Gallery Sein
김병칠
Anima P2401, mixed media on canvas, 162.2×130.3cm, 2024
갤러리세인에서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새로운 조형미를 탐구해오고 있는 김병칠 작가의 9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병칠 작가는 동양사상과 동양철학에 관심을 갖고 한국적인 미를 작품에 담아낸다. 사물과 대상을 감각의 눈과 이성의 눈을 넘어서, 관조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을 가지고 작업을 천착해오고 있다. 이전의 작업들은 캔버스에 닥종이 재료를 가지고 형태와 화면을 만들어 천연 안료로 채색하여 올리는 방식의 기법에 충실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백자의 미에 회화적 필치를 더한 한국의 담백하고 순수한 미감에 집중하였다. 또한, 본질을 포획하고자 하는 작가의 사유와 재료에 대한 탐구를 통해 기존 작업과는 달리 새로워진 표현의 작업세계를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Anima P2403, mixed media on canvas & wood, 100.0×80.3cm, 2024
전시 타이틀, ‘Anima – 씨앗, 우주를 품다’는 작가의 작품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Aanima’의 어원은 ‘영혼’, ‘삶의 호흡’, ‘활동하는 것’이라는 뜻 의 라틴어이다. 또한, 융(Carl Gustav Jung)은 남성의 무의식 속에 원초적으로 부여된 여성적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 작가는 ‘Anima’의 어원에 집중하며, 경쟁적이고 공격적이며, 수직적인 자세가 아닌 인간과 자연의 전일적인 개념인 생태적인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여성의 몸에서 작은 씨앗을 품고 인간을 잉태하듯 작은 씨앗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무한한 생명력과 가능성을 내포한다. 작가는 우리가 관념을 통하여 표상만을 보면 존재의 진실, ‘본질’을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즉,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 형상이 아닌 작은 씨앗에 녹아 있는 진리를 보고 있으며, 내면의 심상들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Anima P2307, mixed media on canvas, 53.0×45.5cm, 2023
작가는 씨앗을 겨자씨에 비유하였다. 겨자씨는 불교에서도 성경에서도 언급이 되는 씨앗이다.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작은 겨자씨 속에 온 우주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가 모여 전체가 되고, 그 전체안에 작은 하나가 포함되어 있다는 겨자씨의 가치를 말한다. 작가는 이 진리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 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한다.
Anima M2401, mixed media, 25.5×17.0x13.0cm, 2024
위와 같은 작가의 사유와 사고를 작품에 녹아내는 것이 작가의 표현 방식이다. 작가는 한국적인 미감과 작가의 정서가 맞닿는 곳은 어디일지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화려하지 않으면서 순수함과 단순함을 간직한 아름다움”이라는 답을 얻었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에서 순수함과 담백한 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백자를 재료로 끌어왔다. 한국전통의 미는 대상에 대한 사실적 묘사 보다는 조화로움을 표현한다.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땅인, 깨끗하고 순수한 백자라는 재료 위에 작가의 필치는 여백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생명의 에너지가 담긴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역할에 치중하여 본연의 내면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는 불완전한 우리들에게 한국인의 심성이 담긴 백자와 씨앗이 주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마주하며, 본질을 성찰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갤러리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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