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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ee You, Do You See Me?

애비게일 맥긴리

LKIF 갤러리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애비게일 맥긴리(b.1999)의 개인전 “I See You, Do You See Me?”를 개최한다.

Trotters independent, Oil on canvas, 60x120cm, 2024

맥긴리의 회화는 상징적 대상들을 새로운 맥락으로 병치시키는 구성으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가 묘사하는 대상들은 솔직하고 꾸밈이 없지만,  동시에 모호한 상황에서 은유적으로 존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삶의 아름답지 않은 면면들과 외로움을 들추어 보도록 유도한다. 이번 신작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다양한 감정의 상징적 도구로서 의인화와 상품화의 이중성을 가지며 우화적 서사를 풀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Sow in stockings, Oil on canvas, 45x45cm, 2023

“스타킹을 신은 돼지”는 녹빛의 진흙이 묻은 돼지의 뒷다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다리에 묻은 진흙은 생식력을 가진 매혹적인 여성성을 상징하는 스타킹이라는 새로운 맥락적 의미로 변화하였다.

돼지가 묘사된 또다른 작품 “Trotters Independent”는 존재하지도 않는 새끼들을 위해 젖을 짜내는 돼지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준다. 돼지의 등에 올라 서서 젖 생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의 모습이 희극적이며, 왜곡된 바닥의 문양은 판타지 동화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 모순투성이의 작품에 대하여 작가는 외로움과 소외라는 감정이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작품의 제목은 1980년대 영국의 코미디 시트콤 “Only Fools and Horses”에서 주인공인 Trotter 형제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질 나쁜 상품을 거래하던 회사의 이름 ‘ Trotters Independent Traders’ 를 차용한 것이다. 트로터 형제는 이 사업으로 백만장자가 되지만 결국 또 다시 가난해지는데, 이 허무함은 고양이의 것일까, 돼지의 것일까.

Mother will see you now, Oil on canvas, 40x45cm, 2023

“엄마가 곧 너를 만날거야”에는 무릇 많은 여성들이 짊어지게 될 책임감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홀로 떨어져 있는 소의 고립감, 그리고 여성에게 부과된 집합적인 기대의 무게를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그림을 탐색하는 관람자의 시선은 암소의 불룩한 배에 잠시 머무르게 되는데, 이때 관람자는 두 눈과 시선을 교환함과 동시에 묵묵한 목격자가 된다.

The cat’s got the cream and the cream is me , Oil on linen, 70x60cm, 2024

“고양이는 크림을 가졌다. 그리고 그 크림은 바로 나”를 보면 자신을 상징하는 듯한 고양이가 사냥감인 쥐를 그대로 스쳐지나간다. 작가는 목표물을 간과한 채 반대방향을 향하는 그림 속 고양이와 같이 삶에서 자아를 우회하는 것 또한 우리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우리는 때때로 눈이 멀어 진정으로 추구하는 그 본질을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을지도, 그리고 아마 찾고 있던 것을 찾기 위해 그토록 멀리 달릴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애비게일 맥긴리는 최근 슬레이드 스쿨을 졸업한 영국의 신예 아티스트이다. 맥긴리의 작품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그녀의 솔직함이다. 작품을 통해 그가 풀어내는 내러티브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간과할 수만은 없는 불편한 사실에 대한 것이다. 그는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감정을 가감없이 캔버스에 투영한다. 그것이 미묘하게 불편할지언정 우리는 단순히 눈을 감고 지나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엘케이아이에프 갤러리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27길, 36-63, 2층
02-794-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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