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7 - 12. 30 | [GALLERIES] gallery NoW
김병관
김병관, Ruined portrait_01, 2023, Oil on linen, 72.7x53cm
갤러리나우는 회화와 미디어아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대중 문화의 아이콘을 재현과 유연한 변형의 방식을 통해 표현하는 작가 김병관의 개인전 <Floating Portrait>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명화>,<미디어>,<카툰>으로 구분되는 그의 작업 중 <미디어>시리즈 신작 24여 점과 여러 캐릭터가 변모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 드로잉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병관, Ruined portrait_02, 2023, Oil on linen, 72.7x53cm
김병관의 작업은 그가 성장하면서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했던 매스 미디어의 영향에서 시작되었다. 강하고 거부할 수 없는 미디어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자신을 들여다 보며 그는 대중문화의 힘을 인정하고, 작가의 특권인 무한한 표현 의지를 담보로 대중 문화의 소재를 지배하며 유희하기로 의도했다. 작가는 자크 라캉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문장에 동의하며,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 성격의 결인 ‘욕망’조차도 결코 자유롭게 가질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한다. 대신 견고한 대상을 유연하게 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색의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그만의 미감을 완성한다.
김병관, Ruined portrait_11, 2023, Oil on linen, 53×40.9cm
작업 과정은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시각적 자료를 기반으로 대상을 모노톤으로 재현한 후 물감을 뿌리거나 문지른 뒤 흘러내리는 선을 방치하여 작업의 종료의 골든 타임을 위해 면밀하게 관찰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의 화면은 순간 집중력과 이를 뒷받침할 필력을 필요로 하며 추상과는 관계없는 우연의 의도를 극대화시킨다. CG에서 물체를 빨리 움직이게 하여 줄무늬가 나타나게 하는 효과인 모션 블러(Motion Blur) 형상도 그의 화면에서 주목할 점인데 그의 이러한 조형 감각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가상 공간에서 빛과 오브제의 관계를 다루는 애니메이션 TD(Technical Director)로서의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김병관, Ruined portrait_10, 2023, Oil on linen, 45.5×60.6cm
회화에서 ‘물아일체(物我一體)’란 스케치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캔버스(화면)-붓(도구)-화가(화자)’가 하나가 되어 가장 직접적인 매체로서의 성격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로 종종 언급된다. 마치 실수를 한 것 같은 그의 터치감은 회화의 수행 과정 중에 페인터로서 가장 ‘김병관’답게 하는 붓질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그 붓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관람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그가 이러한 회화의 본질적인 성격을 활용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대상을 둘러싸고 있는 표피화된 현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화하는 대중들의 피드백은 유행이나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도태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지만, 반대로 유행하는 이미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것임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대중 문화의 아이콘에서 보여지는 견고한 ‘정체성’이 사실 ‘허무함’과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적어도 그에게 순수하게 대상을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순수한 그리기’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이지만, 표피에 부유하는 듯 훼손된 이미지는 아티스트이자 대중의 한 사람인 ‘김병관’의 또 다른 ‘정체성’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병관, Ruined portrait_03, 2023, Oil on linen, 80.3×65.1cm
갤러리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52길 16 1층 갤러리나우
02-725-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