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연

박서연은 인과응보, 권선징악, 자업자득 등의 교훈적인 메시지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대중 매체의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이러한 매체를 넘나들며 현실에서 부딪히는 모순점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허무주의적인 결론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현실을 초월하고픈 욕망의 세계를 꿈꾸며 제어할 수 없는, 혹은 무엇이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Searching for Karma 9-What are you looking for_oil, oilstick, watercolor on linen_112.1×145.5㎝_2023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드로잉과 사고의 변화 과정을 나타내는 선과 면, 색이 중첩되어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거침없는 붓질과 이전보다 도드라진 물감의 마티에르, 판화로 찍은 듯한 패턴들로 화면에 독특한 흔적을 만들어 낸다.

Searching for Karma 1-What are you looking for_oil, oilstick, watercolor on linen_112.1×162.2㎝_2023

상반된 성질을 지닌 수성과 유성의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나타나는 껄끄러운 불협화음을 의도적으로 연출한다. 섞었지만 절대 섞이지 않는 현상이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레이어들은 서로 뒤엉키다가도 그새 화합을 이루며, 어느 순간에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이는 감각을 자극하고, 실험적인 작가 고유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Searching for Karma 16-太平盛世 태평성대_oil, oilstick, watercolor on linen_112.1×145.5㎝_2023

그리기를 통해 작가의 소망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그에 따르는 과정과 결과에 주목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우연의 효과와 탈맥락화는 그만의 조형언어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술적 도상들이 만들어 내는 혼란스러운 조합은 낯익고도 생경한 형식으로 돌출되고 있으며, 각자의 판타지와 마법으로 완성된다. 우리의 시선은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찾아 사건을 추리하듯 미궁의 화면 속으로 빠져든다.

Searching for Karma 12-Imperfect fire and faggot_oil, oilstick, watercolor on linen_112.1×145.5㎝_2023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가지 시리즈를 포함한 40여 점의 작품들로 전시를 구성한다. 공간의 한계로 생각에서만 그쳤던 7.5M 높이의 롤 천 작업과 200호에 이상의 대작부터 작은 크기의 소품들까지 다양한 크기로 이루어진 신작들을 선보인다. 또한, 전반적인 연출에서도 벽에서 공간으로 연장되는 캔버스, 천장에 매달려 앞뒤로 펼쳐진 화면,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늘어져 공중에 설치된 작업 등은 2차원의 화면을 3차원의 공간으로 확장하여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다.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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