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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순수성? 떡볶이 캐릭터 ‘더보기’의 유쾌한 반란

ARTIST INSIDE 2022 | 더브이오에이

예술의 순수성? 떡볶이 캐릭터 ‘더보기’의 유쾌한 반란

조소를 전공한 선승전, 정두섭 두 작가가 만나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다.
예술의 가치를 묻기 위해 팀명을 THE VOA(The Value Of Art)로 정했다.
그리곤 예술사의 문제적 작가들의 문제작들을 떡볶이 떡 캐릭터로 패러디한다.
데미안 허스트가 타자의 죽음을 스펙터클로 객관화하고자 «살아 있는 자가 상상할 수 없는 자신의 육체적 죽음»(1991)에서 5미터 너비의 포르말린 탱크 안에 상어를 포획해 넣었다면,
THE VOA는 불판에 남은 떡볶이 떡을 포르말린에 넣는 식이다.
그래픽 작업을 하며 ‘무엇이 예술을 예술로 인정하는가’를 묻는 이 팀, 자못 진지하게 허를 찌른다.

THE VOA, 더 브이오에이, Physical death that is impossible in the mind of tteok-bokki left in the pan, 2022, 3D animation, video output to monitor, 188 × 106 cm

1917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실제 소변기에 ‘샘(fountain)’이라 이름 붙이고 예술이라고 했죠. THE VOA의 캐릭터 ‘더보기(DUBOKY)’는 그 ‘샘’에서 물놀이를 하네요. ‘더보기’는 왜 그러는 건가요?

더보기는 2019년 캐릭터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에 나왔어요. 순수예술이 말하는 앨리트리즘에 끼어든 거죠. 누가 작품을 예술로 승인하는 걸까요? 작가 자신? 관객? 미술관 같은 기관? 20세기에 뒤샹이 미술계에 던졌던 질문을 우리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요. 진지하지만 즐겁게 고민해 보고 싶고, 관객은 그저 즐겨주셨으면 해요.

THE VOA, 더 브이오에이, Fountain, 2022, 3D animation, video output to monitor, 53.52 × 95.24 cm

‘더보기’는 떡 ‘더기’와 소스 ‘보기’가 어우러진 캐릭터라는데, 왜 떡볶이였을까요?

작업실이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에 있는데, 5번 출구로 나오면 떡볶이집이 20미터 간격으로 여섯 집이나 있어요. 퇴근시간이면 직장인들이 간이 테이블에 앉아 떡볶이를 안주로 술잔을 기울이는 진풍경이 연출되죠. 떡볶이는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는 음식입니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더보기’가 예술의 현장에서 관객과 신나게 놀아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랄까. 예술의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매콤달콤 짭조름내’를 풍겨보려고요.

THE VOA, 더 브이오에이, Running Bicycle Wheel, 2022, 3D animation, video output to monitor, 53.52 × 95.24 cm

조소를 전공한 걸로 알고 있는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조소를 전공한 저희 두 사람이 만나 3D 그래픽으로 작업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실재하던 작업을 가상의 공간으로 옮긴 건데,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의 결합이라면 너무 거창할까요? 사물을 가지고 작업하던 작가들이 빛과 같은 비물질로 옮겨가듯, 저희는 가상세계로 옮겨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순수 예술가들의 시선에서도, 상업 작가들의 시선에서도 이방인 아닌 이방인이죠. 그 경계에서 우리 작품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요. 키아프 플러스 전시는 그 첫 걸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작업이 기대되는데요.

지금까지는 캐릭터 상품개발과 애니메이션 작업에 주력했지만, 미디어파사드처럼 다양한 형태의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해요.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실감 영상도 만들고 싶고요. 더 확장된 공간에서 ‘더보기’를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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