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ICLES] ARTIST INSIDE 2022 | Jeongju Jeong
ARTIST INSIDE 2022 | 정정주
공간에 드리운 빛과 타인의 시선
작가 정정주의 작업 세계는 공간과 빛으로 요약된다. 독일 유학 시절이 그 출발점이었다.
유학 초기에 머물던 기숙사 작은 방은 이방인이었던 그에게 안식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빛이라는 침입자를 의식하게 됐다고 한다.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광원(光源)으로부터 창문을 통해 내 발 앞까지 이른 빛이 마치 거대한 존재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나를 훑는 듯했다”고 말하는 작가는 그때부터 공간과 빛의 관계에 집중해 작업했다.
작가의 설치, 영상 작품에서 공허한 공간을 비추는 빛은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불편한데, 타자의 시선을 닮았기 때문이다.
건물 밖에서 창을 통해 실내를 들여다보는 구조의 작품이 많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말한 ‘응시(gaze)’ 개념을 반영했어요. 한마디로 보는 주체도 보이는 대상이 된다는 개념이죠. 예컨대 누군가를 보다가 그 누군가의 시선과 마주치면 주춤하게 되잖아요. 일종의 충격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순간,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지?’ 하는 낯설음을 느껴요. 그 충격을 축소된 건축 모형, 카메라의 기계적 시선, 모니터 안의 사람들, 인공적으로 재현된 빛 등으로 표현합니다.
설치작품의 경우 건축 모형이 작다보니 밖에서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객은 마치 열쇠 구멍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어떤 의도일까요?
건축 모형은 보통 10분의 1 사이즈로 축소됩니다. 관객이 건물 안을 들여다보면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들여다보는 관객을 모니터해요. 건축 모형 자체가 존재를 은유한다면, 카메라는 존재의 시선입니다. 들여다보는 행위에서 관음증적 시선을 의도한다기보다는 다른 존재와의 접촉, 시선의 교차라고 생각하고 작업합니다.
가상의 공간도 있지만 실제 건물이 모형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경험이 투영된 ‘사회적 시선’이라고 봐도 될까요?
제가 살던 도시의 텅 빈 공간감을 다루면서 어린 시절 경험한 광주에서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됐어요. 바깥에서 들리던 총소리, 헬리콥터 소리는 흥분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어요. 잠시 조용해졌을 때 내다 본 바깥세상은 마비된 듯 모든 게 멈춘 도시 공간이었어요. 공간의 불안과 공허의 단서를 유년의 기억에서 찾게 되면서 5·18과 관련된 상징적 건축물을 직접 다루게 됐어요. 사회적이기 이전에 나의 내면과 마주하는 중요한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키아프 플러스에서도 공간과 빛을 주제로 연출하시나요?
«27개의 방»과 «로비» 시리즈 신작을 선보입니다. 2010년 처음 작업했던 «로비»를 예로 설명하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건물 로비에 한 여성이 있어요. 여성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감추며 시선이 닿는 걸 피하려 하죠. 도시 공간과 시선을 은유하는 작업의 연장에서 이번 신작에서도 미묘한 심리를 표현하려 했어요. 빛과 색이 포함된 조형 작품을 하다 보니 10년 전보다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다양한 사이즈의 모니터 영상도 소개됩니다.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