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ThisWeekendRoom
2023. 4. 14 – 5. 27
김진희
김진희는 표현의 체계가 지닌 재현의 한계를 인식하고 가시화된 영역 바깥의 비언어적 요소를 시각 이미지로 붙잡고자 합니다. 작가의 한국 첫 개인전 《새벽, 보인 적 없는 Our Dawns Are Not What They Seem》은 새벽이 감추고 있을 찰나의 이야기들을 포착하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새벽녘을 지배하는 것은 완전한 어둠이나 빛이 아니며, 오히려 불확실성과 비정형의 기운일 것입니다. 작가는 이 영역에 가려져 있는 장면들을 상상하며 뭉툭한 실루엣들에 일시적인 빛을 부여합니다. 고요함이 깨진 각 광경 속에서 인물들은 가다듬지 못한 모습들을 예상치 못하게 내비치며 일종의 소격효과를 발생시킵니다. 가령 누군가는 조명이 꺼진 캄캄한 극장을 떠나려 하고, 또 어떤 이는 닫힌 방 안에 혼자 숨어 오르골 안에 잠겨 있던 신비한 광채를 마주합니다. 함께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작은 생명체가 내뿜는 빛에 의존하며 온기를 채우려는 듯 보이고, 벤치에 걸 터 앉은 이들은 각자 다른 곳을 응시하며 무엇인가를 회상합니다. 인물의 이름 없는 감정과 생각들은 미묘한 눈빛과 제스처, 그리고 멜랑꼴리한 색의 변주를 통해 어렴풋이 다가올 뿐입니다.
최작가가 붙잡으려는 것은 발화된 서사이기보다 미처 오롯한 모양을 잡지 못한 감정의 징후입니다. 김진희는 선명하지 않은 감정들이 결코 허망하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그는 겉으로 표출되지 않은 무형의 심상을 끌어안고 스스로 그려낸 존재들이 품고 있는 새벽이 어떤 것일지 상상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누군가의 그늘이 걷히고 무색무취의 공간이 여러 빛깔의 색으로 채워질 시간에 각각의 인물들이 작가의 마음을 내비치는 거울과 같은 존재로서 세상에 하나 둘 태어나길 바라봅니다.지원이 채집한 찰나는 선명한 이미지가 되어 보는 이를 매혹합니다. 그의 방은 비어있는 여백(room)의 상태이기보다 미처 언어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적재되어 있는 진공의 보관소(chamber)에 가깝습니다. 관객들은 작가가 열어 둔 방을 하나 둘 들여다보며, 생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는 장면들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긴장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디스위켄드룸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 42길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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