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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정체성을 실험하는 겹겹의 색면들

ARTIST INSIDE 2022 | 장승택

회화의 정체성을 실험하는 겹겹의 색면들

작가 장승택은 한국의 색면 추상 회화에서 한 축을 점한다.
색이 면을 이루는 색면추상은 언뜻 단조로워 보이지만, 한 묶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결을 갖는다.
색면은 한 가지 색일 수도, 여러 색일 수도 있으며 제작 방식에 따라 행위를 반복하거나, 절제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 색면은 비움을 의미할 수도, 충만을 지향할 수도 있다.
장승택은 그런 차이의 색면들 사이에서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회화를 실험해 왔다.

Seungtaik Jang, 장승택, Layered Painting G 60-84, 2022, Acrylic on glass, 123 × 93 cm

키아프 서울에 출품된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최근 몰두하고 있는 «겹 회화» 시리즈인데, 100호 이상 캔버스 작업과 60호 크기의 유리 위 작업을 선보입니다. «겹 회화»는 특별히 제작한 대형 붓으로 매번 다른 색을 투명하게 채색하고 건조하기를 반복해 완성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붓을 들었습니다.

다시 붓을 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난 30년간 붓을 떠난 회화를 해왔어요. 붓 대신 손, 화염방사기, 롤러, 에어스프레이 등을 사용했지요. 캔버스와 붓이라는 전통 매체가 아닌 다른 도구로 실험을 해 온 거죠. 붓도 그런 도구 중 하나로 다시 들었습니다. 붓은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너무 많은 궤적을 남겨서 «겹 회화» 작업을 하면서는 최소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어요. 또 다른 도구가 필요하면 과감히 바꿀 겁니다.

큰 일획으로 색면을 만드는 단순한 행위로 거대한 색채의 환영이 만들어집니다. 그 환영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빛일까요?

어둠이 내리면 색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색채는 빛에 의해 생성되고 사물의 표면 위에서 그 본체를 갖지요. 빛의 효과를 통해 투명한 색채가 증식되는 걸 드러내고 싶었어요. 빛과 색채는 나의 작업에서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캔버스가 아닌 유리 위에, 플라스틱 위에 작업을 해도 내 작품이 회화인 이유는 빛과 색 때문이겠죠.

“현대의 작가는 무당과 연금술사의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고 쓴 작가노트를 보았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좋은 작가는 세상을 보는 남다른 직관력을 가져야 해요. 진정한 아름다움을 구분하는 눈도 있어야 하죠. 전통의 틀 안에 갇히는 안일함을 경계해야 해요. 당대의 물질로 새로움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의미로 썼습니다. 우연으로 흐르고 섞이는 물감은 없어요.

Seungtaik Jang, 장승택, Layered Painting 100-70, 2022, Acrylic on canvas, 160 × 130 cm

여전히 동시대성을 추구하시나요?

아직도 물감을 만지고 즐거워하고 그리기를 반복하는 우리 세대 작가들은 ‘가상’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고, 우주를 오가는 시대의 속도를 따르기에는 많이 느리고 둔합니다. 하지만 작업실은 나만의 영원한 요람이고, 기력이 다할 때까지 즐겁게 만지고 그리고 바라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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