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7 - 2024. 3. 3 | [VISIT] Seoul Museum of Art, Seosomun Main Branch
강은엽, 구수현, 김범, 김홍석, 김신록 & 김홍석, 키리 달레나, 파이어룰 달마,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마이클 리, 리웬, 림차이추엔, 무제 프로젝트(장은하, 텡옌후이, 루하 피피타), 안젤리카 메시티, 보니타 엘리, 이우환, 이미래, 이이란, 히만 청, 히만 청 & 르네 스탈, 탕다우, 게리 로스 파스트라나 & 조이 둘레이 & 임정수, 파트타임스위트, 브라이언 푸아타, 에밀리 플로이드, 디 하딩, 함양아, 아만다 헹, 홍명섭, 홍미선, 홍이현숙, Sasa[44]
히만 청,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The Part In The Story Where Our Accumulating Dust Becomes A Mountain〉, 2023. 서울시립미술관 커미션, 디자인: 신신(신해옥, 신동혁).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3년 기관의제인 ‘공유’의 관점에서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을 생각해 보는 전시입니다. 전통적으로, 미술관은 작품을 소장하고, 연구하고, 전시하는 공간이었죠. 하지만 오늘날의 미술관은 다양한 군집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소통하며 공동의 경험과 가치를 짓는 사회적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상호성’, ‘연결’처럼 관계를 향한 개념은 미술관 활동의 주요한 가치가 됩니다. 그리고 가진 것을 나눈다는 의미의 ‘공유’는 상대를, 또 그와의 만남과 접촉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관계’를 중심에 둔 동시대 미술관의 실천을 재고해 보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술관에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나누고, 혹은 나눌 수 있을까요?
이우환, 〈항(項)-대화〉, 2009, 철판, 자연석, 200×400×1.5cm(×2개), 50×87×60cm, 50×77×6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12-77.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는 미술관의 대표적인 공공재인 소장품을 공유의 중심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싱가포르미술관, 퀸즐랜드주립미술관 등 세 기관의 소장품을 씨앗 삼아 만든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고 대화하는 자리입니다. 미술관이 실천하는 공유란, 의외의 만남 속에서 오해와 차이, 놀라움을 발견하며 공통의 이해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이를 통해 각자의 앎의 반경을 새롭게 그려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은 감상의 수동적인 대상을 넘어, 서로 다른 우리를 잇고 교차시키며 또 다른 공유의 실천을 만드는 도구이자 촉매제가 됩니다.
아만다 헹, 〈대화를 합시다〉, 1996-, 현장 퍼포먼스와 설치, 가변설치.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소장, 2020-00353.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2017년에 진행된 퍼포먼스 이미지. 이미지 제공: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미술관.
미술관에서, 넓게는 삶 속에서 공유를 실천하고자 할 때 선행되어야 할 움직임을 이번 전시는 실천어를 통해 상상합니다. 나의 안전한 반경 너머의 누군가를 마주하는 일(사랑하기),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의지(번역하기), 언어 이면의 의미를 발견하고 관계 맺는 과정(추상하기와 침묵하기), 공통의 감각과 경험을 세우려는 움직임(세우기), 이를 다방면으로 잇는 실천(섬하기), 그로써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보는 시도(물갈퀴만들기)가 구체적인 상황과 운동, 그리고 작품들의 관계망 속에서 펼쳐집니다. 여러분은 작품들 사이에서 연쇄하는 이 실천의 흐름을 따라가 볼 수도 있고, 자신만의 관계망을 재구성하며 공유의 의미를 재검토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움직임을 도모합니다.
키리 달레나, 〈지워진 슬로건〉, 2014, 포토래그 바리타 면섬유의 광택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91.4×141.3cm. 이미지 제공: 작가.
우리가 서로 만날 때에야 비로소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또 무엇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지를 서로의 방식을 통해 배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상황과 모임을 제안하며, 여러분과 함께 ‘공유’의 의미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긴 시간과 참여를 요하는 전시입니다. 작품이 추동하는 실천을 천천히 따라가며 우리가 미술관에서 나누고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실천을 요청하는 이 전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미선, 〈Code 11〉, 1994 (2020 프린트), 디지털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39.3×53.2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20-104.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