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SIDE 2022 | 백사이드웍스.

숨만 쉬어도 세금 내는 시대, 돈 없어도 내 그림 보며 행복감 얻었으면

일본 후쿠오카(福岡)를 거점으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사이드 웍스는 자칭 서브컬처 아티스트다.
고급예술을 지향하기보단 애니메이션,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 등 하위문화를 작품 속에 녹여낸다.
그래서 펜화나 스프레이 페인팅 작업을 즐긴다.
특유의 오타쿠(御宅) 감성 캐릭터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그의 작품 모티프는 시종일관 귀여운 소녀인데, 작가는 “소녀가 아닌 ‘히로인(heroine)’을 그린다”고 말한다.

왜 소녀가 아닌 히로인이어야 하나요?

히로인은 히어로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에요. 귀여운 소녀를 그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남자 주인공에게 절대적인 여자 주인공을 그리고 싶은 거죠. 내게 히로인은 삶의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존재이고, 관객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그런 히로인을 관객에게 보내고 싶어요.

히어로는 그리지 않는데요.

물론 히어로도 사랑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존재를 그리고 싶거든요. 남자는… 아직 그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할까요?

붓질이 보이지 않는 작업 방식이 궁금해요.

우선 만화처럼 히로인이 존재할 법한 스토리를 상상해요. 그리고 만화 기법을 이용해 최대한 매끈하게 그리려고 하죠. 그래서 스프레이 페인팅이나 잉크젯 프린팅 작업을 주로 합니다. 스티커를 붙이기도 하고 가끔은 미친 짓도 하죠. 최대한 쿨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럭셔리 브랜드보다 주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협업이 많은 편이네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이유는 단순해요. 내가 비싼 옷은 못 사니까요. 할 수 있다면 럭셔리 브랜드와도 작업하고 싶어요. 예술은 항상 비즈니스였으니까요. 예술과 상업을 따로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우리는 숨만 쉬어도 세금을 내야 하는 현대를 살고 있잖아요. 돈이 없으면 그림도 못 그리죠. 그래도 내 작품을 볼 때만큼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작가의 유명세에 비해 신상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내 작품은 내 욕망이 투영된 내 자신이에요. 그래서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대중 앞에 서려면 다이어트부터 해야 하고요.

도넛 모티프의 작품도 있던데, 요즘 젊은 작가들이 왜 이리 도넛을 많이 그리는 건가요?

도넛을 어떻게 만드는 줄 아세요? 밀가루를 반죽해서 기름에 튀기고 설탕까지 뿌려요. 미친 짓이죠. 닮은 뭔가가 생각나지 않나요? 바로 예술이에요. 어때요? 오늘 다 같이 도넛을 먹어 봐요!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