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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시간을 담다

2022.11. 8 – 11. 30
황선태

 

“빛 속에서 모든 현실적 질감을 삭제한 채 거기 온전하게 있는 것이다. ‘거기 있는 그것’의 경험. 거기 그렇게 드러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잠재된, 사물을 둘러싼 수많은 어떤 것들이 그 빛을 통해 아련히 피어 오른다. 빛은 창문을 통해 드러나게 하는 직관의 세계이다.”
– 황 선 태 –

황선태 작가의 작업의 시작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며, 모든 사물은 기본적으로 여기에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작가는 실제의 신체의 눈으로 대상을 감각하나 사물의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다는 점과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한다는 것에 대하여 주목했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의 사물들도 유기적이며 상호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고 간주하였는데, ‘존재-있음’에 대한 종합적인 사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관람객이 상상의 여지를 두고 대상을 인식하는데 있어서 묘사의 허구성과 무의미함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이미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에 직관적으로 사물의 존재를 감각할 때 최소한의 조형 요소를 통하여 물체와 공간을 인식할 수 있기를 의도했다. 그 결과, 미술의 여러 조형 요소 중 ‘선(선)’과 ‘녹색(색)’ 그리고 ‘유리(빛에 반응하는 재질)’를 작업의 소재로 선택하기에 이른다.

빛이 드는 공간, 87x202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작품에서 ‘선’은 화면을 구성하는 기호로 그 자체로는 존재하나 허구적인 성격을 지닌 요소로써 이미지를 인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도구가 된다. 조합된 선은 물체와 공간이 되고, 일정한 두께의 아웃 라인은 마치 만화 구성의 한 면처럼 중성적이고 모호한 장면을 연출한다. 채도가 낮은 ‘녹색’은 ‘존재’의 성질에 가장 부합한 자연의 색으로 다의적인 감정선을 내포하는 색이다. 마지막으로 ‘유리’는 존재성과 가변성을 가지고 있는 오브제로 중의적인 ‘녹색 선’과 유사한 결을 가진다. 이 선과 색을 유리 위에 배열하는 까다로운 제작 과정 중에 필수적인 선만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집중력과 탄탄한 조형 감각을 반증하기도 한다.

빛이 드는 공간, 152x112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2차원의 녹색 선이 그려진 유리 위에 작가는 다시 실제의 빛(led)을 투입하여 다시 3차원의 공간이 만들어낸다. 이 빛은 실존하는 빛으로서 허구인 녹색 선과 병치를 이루며 관람객이 가상과 현실을 오가게 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빛은 불변의 자연이 주는 ‘안정감’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로, 작가는 철학적이고 조형적인 탐구 과정 위에 이야기의 화자로서 자신의 모든 작업은 긍정성과 안정성을 담보로 한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빛이 있는 공간, 101x79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이번 전시작에서도 실내 공간에서 외부의 풍경으로 확장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시대성을 반영하고, 자신의 시선이 내부에서 외부로 넓어지는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따뜻한 빛의 질감이 이루어내는 은은한 그림자를 통해 나의 작업 의도는 모든 생명이 살기 위함이라는 작가의 변처럼 서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적 감흥으로 충만하기를 기대한다.

빛이 있는 공간, 62x218x4cm,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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