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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현실을 포착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결과물은 회화에서 사진, 영상, 그리고 ai까지 그 매체의 범위가 확장되어 왔다. 이이남의 작업에서는 ‘현재’와 ‘사실’에 대한 집착이 낳은 결과물로서의 ‘영상’이 아이러니하게도 시각적으로 재구성되어 픽션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명화는 원작으로서의 아우라를 벗고 완전히 새로운 의미 선상에 놓인 채 원본과 복제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본래의 이미지가 가진 맥락과는 다른 맥락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폭넓은 해석의 세계를 열어왔다.
이이남의 작품에서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명제는 다양한 형식과 내용, 방법에 있어서의 ‘대비’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정신과 물질, 시간과 공간, 정지와 움직임, 관념과 실체 등 세상에 반대 급부에 존재하는 메타포들을 한 화면에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에게 있어서 디지털 이용한 아트는 그의 예술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완벽한 공간이었다. 작품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정반의 상징들을 뒤섞으며 시각적 쾌락을 제공하는데 이는 이질적이면서도 낯선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분화된 고정적인 관점을 교묘히 파괴하여 새로운 미감을 경험하게 한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이이남 작가는 1990년대말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으로 2000년대 SK텔레콤 애니메이션공모전 대상 수상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는 명화를 재구성한 작품 ‘‘신-금강전도’, ‘박연폭포’, ‘인왕제색도-사계’ 를 이어 선보이면서 ‘디지털과 고전의 만남’ 이라는 화두 아래 대중에게 친숙한 동·서양 명화들을 재해석한 영상 작업을 본격화하였다. 액자로 위장된 모니터에 상영되는 작업들은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기존 명화들에 움직임의 요소를 부여하거나 다른 이미지와 혼합하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이렇듯 명화 속 이미지의 재구성에 집중하던 이이남은 최근 점차 외연의 다양한 표현 방식의 하나로 프린트와 특징적인 물성의 오브제, 조각과 회화가 갖고 있는 조형적 특징들을 일련의 작업에 등장시키며 그 내러티브를 확장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티타늄 미러나 스테인리스 스틸에 그린 작가의 페인팅 작업이 최초로 공개된다. 명화를 패러디한 페인팅 작업과 그 과정을 담은 영상 작품을 동시에 한 공간에서 보여줌으로써 두 개의 정적인 이미지가 하나의 동영상에서 붓터치 형상을 통해 교차된다. 영상 안에서 만나는 두 개의 레이어는 적절한 시간차와 공간의 여백을 두고 생성된 가상의 층위는 관람자에게 관람자 자신이 어느 이미지층의 장소에 존재하는지 신비로운 의문을 갖게 한다. 슈퍼 미러 위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평면 작업도 전시되는데, 거울 안에 관람자 혹은 전시 공간이 비춰짐으로 관객이 작품 안으로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추리라>에서는 명화를 재구성하는 기존의 작업 내용 위에 팝아트와 고전 작품의 아이콘들이 대비를 이루며 등장한다. ‘비운의 삶을 산 팝스타가 사후에도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되며 사랑받는 모습을 통해 소비와 생명의 경계에서 영원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는 작가의 말처럼 삶과 죽음, 그 이후에도 대중들이 열광하는 스타나 명작의 주인공을 바라보며 ‘진정한 별, 영원히 빛나는 별은 어디에 있는가’ 를 묻는 전시이다. 작가는 별이 지닌 ‘영원함’의 가치를 드러낼 소재와 방식을 모색하는데, 그가 다루는 주매체인 영상 즉 빛나는 별의 성격과 같은 결을 지닌 디지털의 빛으로 구현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와 다시 프린팅으로 제작된 150여 개의 소녀 이미지는 그라데이션 군집을 이루어 고정된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영원함에 대한 소망을 구체화한다. 전시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작업을 통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별을 찾아가야 한다는 그의 소망을 서정적으로 담아낸다. 영원하다는 것은 생명을 의미하고, 안타깝게도 그 생명이 지속되는 시간은 유한하지만, 여전히 기억되고 추억되는 모든 것들을 디지털의 빛으로 담아 작품을 통해 별처럼 영원토록 비춰지길 바랬던 작가의 예술적 의지를 다양한 명화(생각하는 사람, 다비드,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 마를린 먼로, 모나리자, 바니타스, 바다가 보이는 방, 밤샘하는 사람들)에 현대적 도상(애니메이션캐릭터, 명품로고)을 더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갤러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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