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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소피 폰 헬러만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강서구 마곡동 소재)은 오는 4월 9일부터 7월 6일까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피 폰 헬러만(b.1975, Sophie von Hellermann)’의 개인전 《축제》를 개최한다. 신화와 역사, 문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영감받은 작가의 작품은 파스텔 톤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특히, 공간을 아우르는 설치, 벽화 형식의 웅장한 회화로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한국의 명절 ‘단오’를 비롯한 축제의 풍경을 참고해 20여 점의 신작 회화와 대형 벽화 작업을 소개한다.

신성한 술, 2025, Acrylic on canvas, 90 x 110 cm

소피 폰 헬러만은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자랐다. 두 언어를 병용하는 환경에서 글보다 익숙한 생각과 감정 표현 수단은 그림이었다. 작가에게 그림은 타인과 소통하는 도구이자 창작의 동력인 셈이다. 작품의 영감은 사소한 일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신화와 전설, 도시의 역사, 대중문화까지 아우른다.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끊임없이 교차하는 작가의 작품은 설치와 벽화로 외연을 확장하며 전통적인 회화 형식을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꾀했다.

단오, 2025, Acrylic on canvas, 256 x 352 cm

이번 전시에서 소피 폰 헬러만은 한국의 명절인 단오에서 영감을 얻는다. 작가는 전시 시기와 맞물린 한국의 단오가 서구의 축제와 비슷하면서도 제의의 성격과 맞닿는 지점에 주목한다. 의식과 놀이로 무사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공동체와 유대감을 다졌던 한국의 전통 축제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각각의 작품은 특유의 서정적 색채로 풍요로운 찰나를 담는다. 〈신성한 술〉(2025)은 단오 제사에 쓰일 정성껏 담근 술과 함께 유교식 복장을 하고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단오〉(2025)에는 그네를 타는 여자와 줄 타는 남자를 등장시켜 음과 양이 어우러진 단오놀이를 그렸다. 또한 〈탈춤〉(2025)의 경우 양반들의 허세와 위선을 풍자하던 ‘관노가면극’의 캐릭터를 익살스럽게 재현한다. 〈산행〉(2025)은 산에 올라 신이 깃든 나무를 고르는 ‘신목 행차’를 그리는데 제례 복장의 남성과 무속 복장의 여성을 등장시켜 지배층의 제례와 서민층의 굿이 한데 어우러진 장면을 연출한다. 이렇게 우리가 그간 접했던 전통의 형식들은 작가의 상상과 감각으로 재구성된다.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파스텔 톤의 배경과 강렬한 색채로 인물의 역동성이 강조된다.

의식, 2025, Acrylic on canvas, 180 x 230 cm

작가는 바탕 작업을 하지 않은 캔버스에 물과 안료, 아크릴을 적절히 혼합하여 채색한다. 그리고 물감이 마르기 전에 인물 등을 재빨리 그려 구상성을 더한다. 이렇게 되면 바탕의 추상과 인물이 한데 어우러져 몽환적인 표현이 가능해진다. 〈의식〉(2025)에서는 형형색색의 옷을 두른 채 신대를 들고 푸른 바닷가를 거니는 여성이 등장한다. 파도치는 바다와 바람에 날리는 천으로 율동감을 더했다. 그네를 타는 여인이 등장하는 〈경칩〉(2025)은 봄의 밝은 녹색과 꽃의 화사한 분홍색이 유려한 붓질에 더해져 작품의 서정성이 두드러진다.

진달래꽃, 2025, Acrylic on canvas, 110 x 90 cm

이 외에도 한국의 문학으로부터 영감받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특히 작가는 봄의 축제처럼 오고 가는 ‘사랑’의 감정에 주목했다. 꽃과 두 인물을 묘사한 〈진달래꽃〉(2025)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참조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엇갈린 시선은 상대를 떠나보내는 사람의 감정선을 나타낸다.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을 다룬 고전 문학 ‘춘향전’은 〈춘향〉(2025)과 〈몽룡〉(2025) 각각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작가는 꼿꼿한 자세로 자유로이 거니는 듯한 ‘춘향’과 로마신화 속 사랑의 신 ‘큐피드’처럼 활을 쏘는 ‘몽룡’을 통해 고전 속 인물 관계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

전경 사진 (1)

소피 폰 헬러만은 전시장에 거대한 벽화를 그린다. 이번 벽화는 작가가 선보여온 벽화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비, 눈, 햇빛, 불과 같은 자연 현상을 대형 벽화로 그려 인물과 자연이 교감하는 축제의 풍경을 표현했다. 작가는 캔버스에서 전시장 벽면으로 확장된 공감각적 이미지로 전시장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한편, 전시 종료 후 다시 지워질 벽화를 통해 인간의 탄생과 죽음 역시 때가 되면 열리는 축제 중 하나라는 점 또한 떠올리게 된다.

전시 전경 (2)

이번 전시는 소피 폰 헬러만의 회화를 통해 전통 절기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단오’를 소환한다. 작가는 생생한 색채와 붓질로 특정한 상황에 생동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부여한다. 작품은 캔버스에서 외벽으로 확장해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장으로 축제에 다가간다. 이로써 불가항력적인 자연력에 의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수단이자 공동체 의식의 본질로서 축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진실과 허구, 의식과 놀이,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소피 폰 헬러만의 축제 장면은 농경사회를 지나 급격한 사회 변화 속 전통의 축제가 지금도 유의미한 영감의 대상임을 확인한다.
소피 폰 헬러만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Kunstakademie Düsseldorf)에서 학사와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영국 런던과 마게이트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으며,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조형예술대학 (The State Academy of Fine Arts Karlsruhe)의 회화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4년 독일 베를린의 브뤼케 뮤지엄(Brücke-Museum), 2010년 벨기에 드레를의 돈트-덴넨스 뮤지엄(Museum Dhondt-Dhaenens) 등에서 개인전을, 2021년 영국 마게이트의 터너 컨템포러리(Turner Contemporary)에서 2인전을 개최했고, 2024년 미국 뉴멕시코의 산타페 현대미술센터(Center for Contemporary Arts, Santa Fe), 2020년 중국 베이징의 엑스 뮤지엄(X Musuem), 2011년 영국 런던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중국 베이징 엑스 뮤지엄(X Museum)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배우 소유진이 오디오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해 전시 안내를 돕는다. 소유진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가이드는 네이버의 스트리밍 서비스 ‘오디오클립’을 통해 작품 이미지, 해설 텍스트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탈춤, 2025, Acrylic on canvas, 180 x 230 cm

‘스페이스K’는 2011년 과천에서 시작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이다. 2020년 9월 강서구 마곡동에 확대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예술을 활용한 코오롱의 차별화된 예술사회공헌 활동으로 그간 국내 신진작가, 재조명이 필요한 중견작가 등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 작가 전시를 개최하는 등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지원과 후원을 통해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스페이스K서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02 3665 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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