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Kiaf HIGHLIGHTS 2026
“우리는 수많은 존재에게 서로 기대어 살아가며,
또 누군가는 누군가의 삶에 작은 부분이 되어 생의 시간을 이루어 갑니다.”
고사리 —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것들
고사리는 생명과 사물, 사람이 서로의 삶에 스며들며 관계 맺는 순간들을 지켜보며,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감각과 이야기를 작업으로 이어간다. Kiaf SEOUL 2026에서 선보인 〈제비집〉은 진흙과 지푸라기로 집을 짓고 새끼를 돌보는 제비와, 그 곁에서 제비집을 지켜온 시장 상인들의 모습에서 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제비들이 둥지를 떠나던 시기, 작가 역시 타이베이로 새로운 여정을 떠났다.
제비집, 2025 – 현재.
강릉 남대천의 진흙과 지푸라기, 옹기토, 가변설치 (각 10 x 13 x 10 cm).
Q1. Kiaf SEOUL 2026에서 선보인 작품 〈제비집〉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지난 Kiaf SEOUL 2026에서는 강변의 진흙과 지푸라기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밤낮없이 먹이를 나르는 제비의 지극한 노동, 그리고 그 제비집을 자식처럼 돌보던 시장 상인들의 모습에서 시작된 〈제비집〉을 선보였습니다. 마침, 전시가 열리던 무렵은 제비들이 머물던 집을 떠나 먼 길을 나서는 이소의 시기였습니다. 저 역시 전시가 끝난 다음 날, 타이베이 레지던시를 위해 대만으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하늘길을 날아 이 땅과 저 땅을 잇는 제비의 여정을 따라, 대만 곳곳에서 제비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저 역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고사리 작가
Q2. 최근 작업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나 질문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공생하는 방식에 마음이 갑니다. 필연적인 생존 방식으로서의 생명은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서로 의지하며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매 순간 마주하곤 합니다. 사람과 풀, 흙과 돌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서로의 공간 안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살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존재로 변모해 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무수한 감각과 서사들의 관계에 반응하며, 이를 작업에 담아내려 합니다.
Q3.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씨앗이 싹 틔우기를 기다리고, 제비가 집을 짓고 새끼를 키워 떠나는 시간을 바라보는 일들은 모두 제 삶의 호흡대로 그 존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입니다. 삶과 작업을 따로 떼어놓지 않은 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것들과 오랜 관계를 맺으며 서두르지 않고 담담하게 제 걸음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Q4. Kiaf HIGHLIGHTS 2026을 통해 관객과 만난 경험은 어땠나요?
〈제비집〉은 누군가가 살았던 흔적이면서 동시에 이미 떠나고 없는 존재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비어 있는 작은 집 앞에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서 저마다의 시간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전시장에서 관객분들을 만나면서, 옛 시절 제비와 맺었던 저마다의 인연을 떠올리거나 자연과 관계 맺었던 순간들을 기억해 내며 저에게 이야기를 건네 주시고, 잠시 같은 시간을 함께해 주셨던 순간들이 참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Q5. 마지막으로, 작품을 만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우리는 수많은 존재에게 서로 기대어 살아가며, 또 누군가는 누군가의 삶에 작은 부분이 되어 생의 시간을 이루어 갑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그 삶 속에서 제 작업이 관객분들의 마음에 조용히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제비집 (detail), 2025 – 현재.
강릉 남대천의 진흙과 지푸라기, 옹기토, 가변설치 (각 10 x 13 x 10 cm).
Images: © Gosari.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SH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