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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물든 날들

강지현

강지현, 푸른 물결, 장지에 먹, 분채, 과슈, 162.2×390.9cm, 2026

빛은 평범한 풍경을 가장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익숙한 장소는 빛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고, 지나간 하루는 하나의 풍경이 되어 우리 마음속에 남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 속 풍경은 실제보다 더 선명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더 따뜻해 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오래 간직하는 것은 공간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서 마주했던 공기와 시간, 그리고 그 순간을 물들이던 빛인지도 모른다.
 
강지현, 빛의 시작, 50x130cm, 장지에 분채, 과슈, 2026
 
강지현은 이러한 빛의 흔적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가이다. 그의 관심은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보다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평범한 일상에 머문다. 그 위로 계절의 변화와 하루의 시간, 그리고 삶의 온도가 조용히 스며들며 익숙한 풍경이 새로운 장면으로 되살아난다. 자연의 빛과 인공의 불빛이 서로 어우러져 화면을 채우고,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강지현, 푸른 벚꽃, 장지에 분채, 과슈, 72.7x50cm, 2026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바라보고 기록해 온 빛의 순간들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이다. 바다 위를 흐르는 푸른 물결, 봄꽃이 피어난 골목과 놀이터, 햇살이 내려앉은 들판, 저녁이 스며든 도시의 불빛까지 작품 속 풍경은 특별한 여행지의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의 한순간들이다. 그러나 작가의 시선을 통과한 풍경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빛과 시간, 그리고 기억이 겹쳐진 마음의 풍경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강지현, 목장의 오후, 장지에 채색, 30x30cm, 2026
 
요즘의 우리는 너무 빠르게 풍경을 소비한다. 목적지를 향해 걷느라 주변을 놓치고, 기록을 남기느라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다. 익숙함은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반복되는 일상은 풍경을 배경으로 밀어낸다. 그러나 강지현은 그 배경을 다시 우리의 시선 앞으로 불러온다.
 
강지현, 노을 빛, 장지에 분채, 과슈, 40.9x53cm, 2026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보다 이미 우리 곁에 있었지만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세계를 다시 마주하게 한다. 작가의 작품 앞에 서는 순간 우리는 걸음을 늦추고 시선을 머물게 하며, 평범한 하루가 품고 있던 아름다움을 천천히 발견하게 된다.
 
강지현, 봄빛 아래, 장지에 먹, 분채, 과슈, 116.8×80.3cm, 2026
 
빛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모든 빛이 기억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무는 것은 마음이 머물렀던 순간의 빛이다. 강지현의 작품은 그러한 순간들을 담담하게 화면 위에 쌓아 올리며, 일상이 품고 있는 소중한 아름다움을 다시 일깨운다. 
 
강지현, 달이 머문 밤, 장지에 분채, 과슈, 33.4x53cm, 2026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 각자의 기억 속 풍경이 다시 빛나기를 바란다. 무심히 흘려 보냈던 하루와 익숙한 풍경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발견하고, 평범한 일상이 품고 있던 따뜻한 온기를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갤러리나우 송지원 큐레이터
 
갤러리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52길 16
02-725-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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