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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ewhere

김연홍, 서지인, 하정현

전시 전경 (1)

히든엠갤러리는 오는 7월 9일부터 7월 30일까지 김연홍, 서지인, 하정현 작가의 3인전 <Elsewher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기억과 시간, 빛과 공기, 몸에 남겨진 감각이 새로운 풍경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세 작가는 실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경험과 기억, 상상과 감각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또 다른 장소를 각자의 회화적 언어로 구축한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축적된 감각의 흔적들이 화면 위에서 어떻게 새로운 풍경으로 변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전경 (2)
 
우리가 하나의 장소를 기억하는 방식은 단순히 눈앞에 보았던 장면을 떠올리는 것과는 다르다. 어떤 장소는 그곳의 형태보다 당시의 빛과 온도, 공기의 밀도, 바람의 움직임, 그리고 몸에 남겨진 감각으로 오래 기억된다. 시간이 지나며 구체적인 모습은 흐려질 수 있지만, 한순간 경험했던 감각은 오히려 더욱 선명한 이미지로 남기도 한다. 이처럼 풍경은 외부에 존재하는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통과하며 새롭게 형성되는 감각의 층위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감각들을 시각적인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전시 전경 (3)
 
이는 특정한 장소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그 장소가 자신에게 남긴 흔적과 정서를 다시 구축한다. 실제와 기억, 현재와 과거, 현실과 상상이 겹쳐지는 순간 하나의 새로운 풍경이 생성된다. <Elsewhere>는 바로 이러한 감각의 변환 과정에 주목한다. 그것은 경험과 기억, 감각과 상상이 만나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장소이며, 어디에도 없지만 분명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풍경이다.
 
전시 전경 (4)
 
세 작가는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작업하지만, 모두 현실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감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를 탐색한다. 김연홍작가는 이미지 속 자연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며, 서지인작가는 몸에 축적된 장소의 기억을 화면 위에서 증식시키고, 하정현작가는 일상의 순간이 새로운 밀도를 획득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성된 세 개의 풍경은 하나의 감각적 흐름을 형성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익숙한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김연홍, Lingering Reflections, Acrylic on canvas, 80x100cm, 2025
 
김연홍작가는 온라인에서 수집한 익명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자연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구축한다. 작가에게 화면 속 물결은 특정한 장소를 재현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이미지 너머에 존재하는 계절과 기후, 시간의 흔적을 상상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작가는 어떤 날씨와 계절, 장소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장면 속에서 빛의 온도와 공기의 밀도, 바람의 움직임과 같은 비가시적인 요소들을 포착한다. 향기와 기온은 색채로, 바람의 세기는 흐릿한 윤곽과 화면의 움직임으로 전환되며, 보이지 않는 감각은 회화의 언어 안에서 새로운 형태를 획득한다.
 
전시 전경 (5)
 
작가는 중요한 것은 실제 자연을 경험했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이미지로 접한 자연이 어떻게 개인적인 감각으로 전환되는가에 있다. 스크린을 통해 마주한 장면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고, 그 순간 느껴진 빛과 분위기, 개인적인 감정의 흔들림을 화면 위에 축적한다. 특히 물을 머금은 천 위에서 물감이 번지고 스며드는 과정은 작가의 의도와 우연이 만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강조하려 했던 대상보다 회화적 흔적 자체를 남긴다. 그렇게 생성된 화면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위치하며, 존재하지 않았지만 마치 경험한 듯한 감각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서지인, Yellow desert, Gouache on canvas, 45x45cm, 2020
 
서지인작가는 이스라엘 사막을 오가며 경험한 장소의 감각을 회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유대사막과 팀나사막, 길갈에서 마주한 풍경은 작가에게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의 장면으로 남지 않았다. 강렬한 생명의 빛과 척박한 환경, 대지의 뜨거운 온도와 바람의 움직임, 그리고 그 공간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과 생존의 불안은 서로 상반된 감각으로 몸에 축적되었다.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사막이라는 장소 자체가 아니라, 그 장소가 신체에 남긴 내적 흔적이다.
 
전시 전경 (6)
 
작가는 하나의 중심으로 정리되거나 안정된 풍경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분절된 이미지와 감각의 조각들은 서로 충돌하고 연결되며 반복적으로 증식한다. 이러한 화면의 구조는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존재의 감각과 맞닿아 있으며,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경험을 반영한다. ‘증식하는 풍경’ 연작에서 풍경은 더 이상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계속 생성되고 변화하는 감각의 장으로 존재한다. 회화는 지나간 장소를 복원하는 동시에 다시는 동일하게 돌아갈 수 없는 기억과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풍경을 함께 품는다.
 
하정현, 낯선 보통의 아름다움들-8월 31일부터 12월 27일까지, Oil on linen, 75.5 x 110.3cm, 2026
 
하정현작가는 평범한 일상이 문득 다른 밀도로 다가오는 순간에 주목한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환경에 머무르는 경험은 작가에게 일상의 순간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는 지나쳤던 빛과 소리, 움직임과 시간이 낯선 감각으로 다가오며, 가장 현실적인 순간은 어느 순간 아름다운 환상으로 변한다. 작가는 이러한 순간의 감각을 특정한 이미지로 고정하기보다, 화면 위에서 흔적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회화의 과정 속에 담아낸다. 긋고, 덮고, 문지르고, 다시 드러내는 반복적인 행위는 기억과 감각이 현재 안에서 형성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런 남겨진 흔적들은 과거의 경험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 속에서 다시 구축된다. 구체적인 형상은 점차 흐려지고, 빠르고 직접적인 움직임과 느리고 서정적인 흐름이 교차하며 현실과 환상이 함께 머무는 장소가 된다. 작가의 회화는 익숙한 일상이 지닌 잠재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지나가는 순간을 오래 머무는 풍경으로 전환한다.
 
전시 전경 (7)
 
<Elsewhere>는 세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구축해온 감각의 풍경들을 하나의 공간 안에 펼쳐 보인다. 김연홍작가의 상상된 자연, 서지인작가의 신체에 남은 장소의 기억, 하정현작가의 새롭게 감각된 일상은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경험 이후에 남겨진 감각이 회화 안에서 새로운 풍경으로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특정한 장소를 설명하지 않지만, 화면 속에 축적된 빛과 시간, 기억과 흔적을 통해 관람자가 자신의 감각과 기억을 마주하도록 한다. 결국 이번 전시는 현실을 벗어난 미지의 공간에 대한 상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경험한 세계가 기억과 감각을 통과하며 어떻게 새로운 풍경으로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세 작가의 회화는 보이는 풍경 너머에 존재하는 감각의 층위를 드러내며, 익숙한 현실 안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장소를 제안한다. 작품 속에 축적된 빛과 시간, 기억과 흔적은 관람자의 경험과 만나 새로운 감각의 풍경으로 확장되며,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를 다시 인식하게 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히든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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