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미

전시 전경 (1)
노화랑은 오는 5월 28일부터 6월 18일까지 재불화가 변연미의 개인전 《스스로 그러한 숲》을 개최한다. 1994년 이후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변연미는 오랜 시간 ‘숲’을 주요한 주제로 삼아, 자연을 재현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과 인식의 장으로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적으로 마주해온 프랑스의 숲, 특히 뱅센느 숲을 포함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산책은 작가에게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작업의 출발점이자 사유의 방식이다.
변연미, 다시 숲19-03, 162x130cm, acrylic, coffee grounds on canvas, 2019
숲을 걷는 동안 그는 나무와 빛, 공기,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색한다. 작가에게 숲은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빛과 시간, 감각이 중첩된 총체적 경험으로 자리한다.
변연미, 다시 숲19-06, 195x130cm, acrylic, coffee grounds on canvas, 2019
변연미의 회화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곧 ‘무엇을 보는가’에 대한 물음과 맞물리며, 그의 작업에서 숲은 특정 장소의 재현을 넘어선다.
변연미, 다시 숲21-04, 117x91cm, acrylic, coffee grounds on canvas, 2021
화면 속 나무와 잎, 빛의 흔적들은 구체적 형상을 유지하면서도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하고, 관람자로 하여금 대상을 인식함과 동시에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숲을 고정된 장면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식의 장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이다.
전시 전경 (3)
특히 작가가 마주한 프랑스의 숲은 익숙한 자연의 이미지와는 다른 층위를 드러낸다. 1999년 유럽을 강타한 태풍 이후, 쓰러지고 뒤엉킨 나무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자연의 질서와 그 붕괴, 그리고 회복의 시간을 드러냈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을 안정된 대상으로 바라보던 시선에 균열을 일으키며, 숲을 예측할 수 없는 힘과 순환의 구조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변연미, 다시 숲21-09, 259x388cm, acrylic, coffee grounds on canvas, 2021
그 결과 변연미의 숲은 낯익으면서도 동시에 생경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지와 중첩된 색의 층위,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빛은 깊이를 형성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가까이에서는 물감의 물질성과 붓질의 흔적이 드러나고, 멀어질수록 숲은 하나의 공간으로 작동하며 감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재현과 추상, 형태와 감각 사이를 오가며 숲을 경험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변연미, 다시 숲21-12, 53x45cm, acrylic, coffee grounds on canvas, 2021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자연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환기하며, 감각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변연미에게 숲은 끝내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이자, 매번 새롭게 마주해야 하는 대상이다. 익숙한 자연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그 너머의 낯선 감각으로 나아가는 그의 회화는 관람자로 하여금 ‘보는 것’의 의미를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전시 전경 (4)
《스스로 그러한 숲》은 자연과 인간, 감각과 인식 사이의 간극을 탐색해온 작가의 오랜 사유를 응축한 자리로,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어온 숲의 이미지를 새로운 시선으로 경험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