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8 – 4. 20 | [GALLERIES] SONG ART GALLERY
프랑수아 패로딘

전시 전경 (1)
프랑수아 패로딘의 최근 시리즈는 전이(轉移)를 하나의 구조적 원리로 다룬다. 여기서 Displace는 최소 단위인 직사각형이 다른 위치와 조건 속으로 이동하며 다시 배열되고, 그 과정에서 관계의 질서를 새롭게 체계화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모듈은 회전, 반전, 비례 조정을 거치면서도 생성 원리를 유지한 채 변주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리드미컬한 배열로 재편하며, 오브제를 인식의 장치로 전환한다.
그의 작업은 더 이상 외형을 설명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규칙이 발생하고 변이가 허용되는 조건을 드러내는 인지적 장치로 기능한다. 보이지 않는 사유의 흐름은 형태 속에서 조직된다. 변주되는 유동성은 물질적 결과로 응축되며, 작품은 이동이 압축된 흔적으로 남는다. 따라서 작품은 사물성 그 자체보다 사고가 이행하는 방식을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동시에 그것은 관람자의 인식을 사유의 운동성 안에 머물게 한다.
François Perrodin, 97.5 2026 Wood, acryl paint 120x120x9cm
위상기하학 관점에서, 형태가 늘어나고 비례가 조정되며 확장과 변형이 반복돼도 구조의 위상적 동일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직사각형은 방향과 배열을 달리하며 변화를 주지만 이를 산출하는 알고리즘은 일관성을 유지한다. “95/96” 연작에서는 좌우 외각선의 비율이 역순으로 재배열되고, “97/98”에서는 상하 비례가 점진적으로 축소되며 밀도가 증대된다. 이처럼 표면적 차이는 분명하지만 구조와 변형은 충돌하지 않고 동일한 생성 논리 안에서 병존한다.
이 작업은 겹침과 비례, 누적의 조건이 일정한 임계에 도달할 때에만 층위의 단차가 발생한다. 잠재된 규칙이 충분히 축적된 이후에 다음 단계가 허용되는 방식이다. 이로써 작품은 느림과 빠름, 지속과 단절이 교차하는 시간성을 내포한다. 얇은 사각형의 중첩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이미 운동을 내포한 상태를 드러내는 기하학적 집합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프랑수아 패로딘의 작업은 동시대적 관점에서 Art Construit 의 전통을 재해석하며 그 이론적 지평을 효과적으로 확장한다. 구체 예술이 고정된 질서와 수학적 비례에 의존했다면, 그는 전위(轉位)된 질서를 활성화한다. 이는 생성 원리를 보존하면서도 위치와 조건의 변화에 따라 관계적 구조가 재편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알고리즘을 사물 안에 내재화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더 나아가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논리를 재맥락화한다. 다시 말해 도널드 저드가 물질의 현존성과 자율성, 솔 르윗이 개념적 규칙의 본질을 강조했다면, 프랑수아 패로딘은 물질과 규칙이 상호 작동하며 생성되는 구조적 제3위치를 제시한다. 여기서 형식은 사물에 선행하지도, 사물이 규칙으로 환원되지도 않으며, 양자는 서로를 통과하며 변형을 지속한다. 이는 고정된 기하학을 넘어 물질과 데이터의 상호 연산 속에서 형식이 산출되는 사유의 장으로 나아가며, 관람자는 그 변형의 흐름 속에서 인지적 탐험을 경험하게 된다. 노경화
송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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