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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효과 토크 리뷰

영국 서펜타인 미술관의 에바 제거(Eva Jäger),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의 노암 세갈(Noam Segal), 그리고 한국의 이완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AI 효과(AI Effects)에 대해서 논했다. AI가 가져올 광범위한 변화의 물결에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자체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변화, 인간관계에 가져올 변화, 노동에 가져올 변화, 미디어에 가져올 변화 등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는 지난 5년 제임스 브리들(James Bridle), 예나 수텔라(Jenna Sutela), 메모 아크텐(Memo Akten), 이안 창(Ian Cheng),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오르펀 드리프트(Orphan Drift), 게임, 비디오 설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듀오 dmstfctn 등 다수의 작가들과 함께 AI에 관련된 작업을 해오며, 예술가와 미술관이 어떻게 협력해야 사회로부터 유의미한 ‘시그널’을 신속하게 캐치하고,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것인지를 연구해 오고 있다. 특히 AI를 둘러싼 정치, 경제, 문화에 어떤 변화가 시작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둘러싼 거버넌스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반면 최근 구겐하임에 합류한 노암 세갈은 거대기업과 권력이 장악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반 AI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스몰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노암 세갈은 작가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와 AI 로봇 “Bina 48(Breakthrough Intelligence via Neural Architecture 48)”과의 대화(2014년)를 소개하며 AI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로봇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응하는지 보여주었다. 또한 스테파니 딘킨스의 또 다른 작품 <유일한 사람은 아니다(Not the Only One)>을 소개하며 인간의 기억, 감정의 변화, 가족, 커뮤니티, 심지어 다섯 세대를 넘나드는 대화를 재현하며 대안적 AI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대안적 데이터 세트를 발굴하고,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코드를 개발하는 등 스몰 데이터에 집중해야 함을 피력했다.

이에 반해 창작가 입장인 이완 작가는 적극적으로 생성형 AI를 창작 과정에 적용해, 이미지는 물론이고, 목소리까지 순식간에 다양한 변주로 새로운 이미지와 목소리를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AI의 가공할 생산능력이 예술의 정신적인 활동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질문했다. AI를 통한 이미지와 텍스트의 무한 생성이 예술가들의 역할과 위치에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이완은 저작권, 오리지널리티 등 예술계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서 펼쳐진 변화의 소용돌이를 예술계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예술이 보다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물었다.

결국 예술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류와 사회에 유의미한 가치를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서펜타인 갤러리의 에바 제거가 언급했듯이, 예술 생태계 내부의 문제를 넘어, 예술 생태계가 우리 사회가 던지는 ‘시그널’, 즉 시대가치와 호흡하며, 역으로 사회에 유의미한 대안적 ‘시그널’을 송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AI 효과가 가져올 여파가 워낙 광범위하고 깊기 때문에, 예술계 내부는 물론이고, 예술계 밖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의 모든 부분을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노암 세갈이 강조했듯이, 대안적 AI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완 작가가 바라는 가공할 AI의 생산성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예술계가 가능해진다.

[2023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Talks] 현장 이미지, 2023. ⓒ 예술경영지원센터

앞으로 전개될 20년. 인류가 세상을 지배했던 시대가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로 사라지는 과정을 목격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미 여러 부분에서 인공 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고 중심 무대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인류는 빠르게 노쇠해지고 있고 우리 자신을 미래세대가 아닌 AI 자동화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Chat GPT 3.5보다 10배 똑똑한 GPT 4가 탄생하는데 6개월이 채 안 걸렸다. 이런 추세라면 2045년 AI가 세상을 인식하는 지능이 인간의 그것보다 10억 배 더 월등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AI 앞 인간의 지적 능력이 아인슈타인 앞에서 앵앵 날고 있는 한 갓 모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인간은 모기를 알고 있지만, 모기는 인간을 알지 못하는 날, 즉 AI는 인간을 알고 있지만, 우리 인간은 AI를 알 수 없는 날, 즉 AI가 다른 차원의 존재, 신의 전지전능을 획득하는 날이 도래하고 있다.

이 변화는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창작하는지부터 인류가 존엄성과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면을 건드리는 깊고 전반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의 시대” 이후 다가올 “AI의 시대”를 단순히 기술적 진보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인간의 본질, 인간사회, 문명의 원리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이해를 묻는 철학적 전환이기도 하다.

이 새로운 시대에 AI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작가, 창조자,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저자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언어를 생성하고, 세계를 인식하고, 존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인간과 AI 머신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다. 이는 인류에게 기회이며 동시에 위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인간과 비교하여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게 될 것인지 살펴야 한다.

이미 AI는 인류의 언어를 해킹(Chat GPT)해서 스스로 지식을 생성하고 있고, 이미지를 해킹해 순식간에 새로운 이미지(Midjourney)를 생산해 내고 있다. 즉 인간의 마지막 보류로 여겨졌던 예술 역시 더 이상 안전한 지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 AI가 예술의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것은 창조성의 개념에 대한 도전이다. 예술이 순수한 인간의 노력으로만 정의되지 않고, 인간 지능과 인공 시스템 사이의 협업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너지가 내포하고 숨겨진 의미와 가능성은 흥분되고 동시에 불안한 변화이다. AI가 보여주고 있는 무한한 성장이 인간의 독특함을 덮어버릴 수도 있기에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

AI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부와 정치적 권력의 통합은 평등과 정의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제기한다. 가짜뉴스는 더욱 섬세해지고 광범위해질 것이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기업의 감성적 뉘앙스는 더욱 친밀해질 것이다. 케이트 프로포드(Kate Crawford)와 블라단 졸러(Vladan Joler)가 작업한 작품 는 AI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인간 노동, 데이터 및 탄소발자국 비용과의 상관관계를 지도로 그리며, AI를 노동의 문제에서 환경 이슈로까지 확대해 AI 시스템이 내포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이끌어 냈다.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 아니라 선택, 윤리, 상상력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대전제를 가지고 접근해야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AI를 동맹, 도전, 또는 미스터리로 간주하든, 그것이 가져올 효과는 우리의 삶 모든 측면을 건드릴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창조성, 인간성, 사회, 심지어 인간 존재의 본질까지 새로운 접근과 질문, 그리고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AI 효과” 논함에 있어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 인류라는, 시대라는 거울 앞에 서서 그 속에 비친 우리 자신을 바라보며 우리 인류는 무엇이며,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인가란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형

이대형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큐레이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Sundance, MoMA, Guggenheim, V&A에서 상영한 백남준 장편영화 의 공동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 2023년 다이얼로그: 마인드맵, 2020년 SBS 페르마타 사운드 아트 프로젝트, 2020년,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기획하였다.

또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서 국립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LACMA, 블룸버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등 미술관, 큐레이터, 작가, 평론가 등 다양한 파트너십 및 프로모션 플랫폼을 기획하였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2 확장 아트프로젝트를 아트 디렉팅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아트사이언스 미술관 인터네셔널 보드 맴버, 백남준 문화재단, 아트센터 나비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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