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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욱: 하드보일드 브리즈

이우성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 The Sunset and Friends, 2023, 자투리로 만든 천에 아크릴릭 과슈 Acrylic gouache on a quilted cloth, 260x600cm

이우성의 전시회에 들어서는 순간 처음 드는 생각은 이렇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멋있었단 말인가?” 이우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만나는 살아있는 사람, 함께 한 시간 및 사건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한다. 이우성이 그리는 작품 속 인물은 친구나 친지, 아니면 일상에서 만났던 누군가이다. 역사적 위인,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 명문가의 일은 작가의 관심이 아니다. 오로지 작가가 만나서 함께 현재를 살아 숨 쉬며,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을 그린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테우스(B.C. 65 – B.C. 8)가 “카르페디엠(carpe diem)”, 즉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다.”라고 가르쳤던 명언을, 이우성은 매시간 묵묵하게 실현하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Tumbling Around, 2023, 자투리로 만든 천에 아크릴릭 과슈 Acrylic gouache on a quilted cloth, 200x200cm

이번 개인전 《여기 앉아보세요》는 2018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동굴에서 발견된 4만 년 전 동국벽화의 손바닥 스텐실 그림에 감화되어 제작한 걸개그림 형식의 작품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로 시작한다. 스페인 알타미라, 프랑스 라스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울산 반구대는 시공간에서 차이가 나지만, 하나로 통하는 보편성이 있다.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삶(일상)의 환희와 자연의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예찬이다. 이우성은 옛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역동성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름다운 신호를 후대에 남기는 것이 회화의 본령이라고 말한다.

여기 앉아보세요 Come Sit with Me,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과슈 Acrylic gouache on canvas, 91x91cm

이우성은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이라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에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제시한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개념은 부분과 전체의 문제이다. 작가의 단일한 회화 작품은 부분으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는, 그림 개체가 모두 만나 전체를 이룰 때, 비로소 시대와 삶의 의미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우성은 모든 부분이 만나 전체를 이루어 구성하는 서사의 구조를 제시하여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청장년의 삶과 미의식을 대변한다. 모두가 힘들고, 우울하고, 좌절하는 시간과 만난다. 그러나 쉬지 않고 연속되는 일상의 현재를 기꺼이 받아들일 때 삶이라는 전체, 우리라는 전체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우성의 자화상 연작 또한 인상적이다. 작가의 일상적 이야기를, 만화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단순화하여 그린 연작이다. 식사, 작업, 일, 여가 등 모든 그림에 위트가 넘쳐난다.

학고재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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