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Date Gallery
2023. 2. 1 – 2. 28
이명기
데이트갤러리는 2023년 첫 전시로 이명기 작가의 개인전 < Take a stroll… >을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계속해서 변화하나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 이명기 작가의 불가지론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강철 철판으로 작업을 한다. 철판의 녹을 갈아낸다. 갈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반짝이는 표면이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녹으로 변한다.
철판이라는 물질은 산업사회의 기본 요소이면서 신비성을 품는 물질이다.
2019년도 작업에는 대구시 대봉동 굿 스페이스 외벽에 설치 작업으로 철판을 이어서 건물 외벽에 영구적으로 설치한 이 작품은 건물과 하나이면서 동시에 따로 독립되어있다. 건물이 평면 철판 작업을 포용하면서 동시에 배제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021년 작업 강철 철판을 벽면에 완벽히 박아 고정하여 공간에 묻힌 2차원 평면 회화인 동시에 압도적 기세를 내뿜고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명기 작가는 작품의 제목이 없고 사이즈나 제작연도마저도 밝히기를 꺼리는 이유는 모든 것은 허무로 사라지는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물질적 실체로서의 작품 존속을 원하지 않으며 미술임을 증명하는 여타의 시각적 고민과 최소한의 흔적조차 무로 돌리고 싶어한다.
우리가 보고 듣는 세계를 현상(phenomenon)이라고 하며 현상은 확률로 나타난 세계이다. 무(無)는 확률 이면에 있는 세계이다. 현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숨겨진 세계인 것이다.
이명기 작가에게 녹슮은, 녹슨다는 현상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확률로 나타난 현상 이면에서 세계를 조절하고 재단하며 운용하는 무(無)의 서사이다. 그것을 이름 지을 수가 없어서 현묘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운하임리히(unheimlich)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작품은 건물이나 공간의 부분을 점유할 때, 특히 수직으로 세워져 공간의 벽면 속으로 묻혀 잠입할 때, 공간 전체를 압도하는 위력을 연출한다. 세속적 가치와 초월적 힘 사이에서 끝없이 진동하며, 하나와 둘 사이에서 끝없이 투쟁하며, 분리와 일신(一身) 사이에서 끝없이 고뇌한다.
이명기 작가의 작품은 특정한 의미나 메시지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의미나 메시지를 심연의 바닥에 숨기면서 오히려 강렬한 무(無)의 서사가 우리의 무의식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이명기 작가의 전 작품이 구유하고 있는 속성은 무(無)를 향한 서사이다. 우리는 결국 어느 순간 죽게 되고 그 순간 어느 생명은 꽃을 피운다. 이처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의 밖에 놓인 것들에 대해 사유하며 작가가 그때에 느낀 심층적 무의식에 내재한 어두운 감정에 공감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데이트갤러리
부산시 해운대구 해변로 298번길5 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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