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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개인전

2022. 9. 16 – 10. 5
이현호

나무, 나무,한지에 채색,73x60cm,2022

85년생 이현호 작가는 성균관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꾸준히 숲, 나무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기존의 먼 풍경에서 최근에는 나무 사이로 들어가 빽빽한 동양화를 표현하고 있는 이현호 작가의 작품에는 휴식이 필요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나무에 대한 관찰자의 담백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나무 뒤 나무,한지에 채색,150x300cm,2020

한지에 채색이 스민 작가 이현호의 작업은 전통적으로 전해져 온 한국화의 고유한 멋인 여백이 없다. 수려한 경관의 산수를 시원하게 소위 뺀 것,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평온하게 수 놓듯 그려진 것이 우리가 산수화에서 기대하고 느낄 수 있는 큰 매력인데 작가 이현호의 작품에서는 과감히 절단되었다. 그저 빽빽하고 그득하게 화면 안에 들어선 산과 나무들은 비좁아 보이고 시점에 따라 조금은 어색하게도 위치해 보인다.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기존에 동양화에서 답습되어 온 잘 짜여진 –보기에-좋은 구도라는 것에 오히려 납득도 가지 않았고 피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여백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보면, 캔버스에 유채로 덮인 작품들에서는 절대적 시점에서 대상을 제압한 안정적인 구도와 연출이 한 눈과 한 번의 시야로 명확하게 받을 수 있는 감동이라면, 어느 특정한 지점 상관없이 그저 어딘가에 시점이 꽂히면 그 흐름대로 시선이 옮겨지며 작품 안에 거하는 듯 황홀한 몰입의 경험을 넌지시 주는 것이 한지 위에 먹이 스민 작품이 주는 감흥이다. 이제는 이러한 구분마저 무의미하도록 다양한 예술적 실천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 다른 매체가 가진 매력으로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나무, 나무,한지에 채색,73x73cm,2022

작가 이현호의 예전 작업은 자연을 소재로 그것에 거리를 두고 미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표현했다면, 지금의 작업은 자연 그 속으로 들어가 ‘체험’된 자연을 재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관망의 거리 대신 자연 안으로 들어갔다는 그의 감각의 시점과 시선의 변화는 오히려 이른바 ‘한국화 스럽게’ 읽힌다. 여백의 여지 없이 가득한 산과 나무는 빼어난 산세가 아닌 길의 끝 지점이나 막다르고 소외된 장소를 작가의 임의대로 자른 단면이라 여백 없는 화폭에서는 오히려 그 너머를 상상토록 하는 여지를 준다. 복잡하고 난폭한 세상에서 삭막한 소식들로 팽배한 절박한 심정의 우리 상황, 이러한 거친 풍파와는 무관하게 초연하고도 처연히 아름다움을 스스로 고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자연을 바라보며 그 안으로 내재해 시각적·심리적 간극에 대한 불편함을 작가는 빼곡하고 진한 그의 풍경을 통해 타진하고 있다.

고연수 평론가

청화랑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147길 4
02-543-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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