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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대화

2022. 4. 12 – 5. 3
김대섭

자두작가로 불리워지는 김대섭의 자두는 맨처음 보는 순간 ”만지고 싶다” 라는 충동을 느낀다.
들여다 보고싶고 겉에 묻어 있는 분을 닦아버리고 싶은 충동, 닦았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 어린 이 순수함이 하이퍼 리얼리즘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찬란하고 생기 넘치는 새빨간 열매. 하지만 이 같은 선물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차가운 눈이 녹으면 숨 죽어 있던 식물은 길게 뿌리를 내리고, 조그만 싹은 햇빛을 받기 위해 줄기를 꿈틀거린다. 꽃과 열매를 보면 ‘참 어여쁘다’라며 감탄하기보다 ‘참 애썼구나’라고 생각한다. 그의 열매는 어떤 이야기로 그려졌을까. 김대섭은 자연의 선물 열매를 그리면서 순수한 사람들의 심리와 열매의 이면를 들여다 본다.

위) 물아(物我), 60x120cm, Oil on canvas, 2021
아래) 만개꽃의 자두 한 알, 60x120x5cm, Bronze, 2022

김대섭은 과거 예술가들의 주요 소재로 다루었던 풍경과 정물의 소재를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개인의 정체성과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개인적이며 자연과의 내부적인 관계의 ‘소리없는 대화’를 그리기로 구축하여 보여준다. 그림 처럼이나 맑고 순수한 호기심과 기억들로 만들어지는 작가의 기록, 김대섭이 주로 선택하는 자두와 복숭아는 우리가 어렸을 적 흔히 볼 수 있는 정물들이다. 작가의 그림 속 정물들은 작가의 어린시절 학교를 오가며 과수원 길에 열려 있는 과일들, 또 어디서나 탐스럽게 열려있는 호박, 지천에 깔려 있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들추어낸다.

물아(物我), 60X60cm, Oil on birch panel, 2022

자두를 표현할 때 잎의 쓸림과 서로의 부딪침, 인위적인 손자국에서 드러난 수많은 점과 조직등이 그대로 묘사된다. 그저 아름다움만이 아닌 태생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천연한 묘사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오랜 세월을 묵은 고재위에 천연덕스럽게 올라가 있다. 살아있는 나무 결, 나이테와 결합하여 그대로 자연에서 자연으로 흘러간다. 고재는 정형화된 캔버스와는 사뭇 다른 프레임에서 긴장감 없이 편안함을 느낀다. 작가가 나무를 대하는 손길과 힘, 그리고 살아있는 나무결의 흐름을 함께 느끼고 호흡하며 과일들을 얹혀 낸다. 소위 옛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갓따서 분이 그대로 살아 있고 싱싱한 과일은 고재와 만나 완벽한 살아있음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물아(物我), 33x16cm, Oil on wood, 2022

그의 작품에는 부드러운 선과 선명한 색채로 갈무리 된다. 그러나 우리는 섣불리 그의 작업이 그처럼 부드럽고 손쉬운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나무 판 위에 수많은 세계와 우주가 생성되었다가 소멸되는 지난한 과정으로 하나의 정물을 탄생되는 것이다. 안으로 숱한 소멸과 생성의 생명력을 품고 있는 저 평화롭고도 활기찬 형상의 세계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버려진 고재를 캔버스로서 승화시키는 고단한 작업공정위로 새겨지는 김대섭의 정물과 색채는 밝고 명랑하고 즐겁고 풍요롭다. 열매를 맺기까지의 격정의 순간들,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의 난폭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채 마지막 과실의 처연하고 의연한 그리고 아름답기까지 한 풍요로운 모습이다. 따라서 고재의 지난했을 생과 지금은 풍성하고 아름답지만 열매를 맺기까지 과실들의 인고의 시간들이 만나, 결과적으로는 생명의 긍정과 즐거움으로 드러난다.

사의사실, 112.1×162.2cm, Oil on canvas, 2022

김대섭의 작품은 우리가 버리고 떠나버린 고향의 풍경이기도 하고, 또한 숨가쁜 우리네 삶의 시간들이 두터운 지층의 무게로 덮어버린 마음 심층의 고요한 향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명랑한 색체와 부드러운 선들이 만들어 내는 고요한 즐거움을 그저 유치한 순박함이나 표피적인 장식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고재의 나이테와 같은 실루엣이 선과 형태의 여음을 이루면서 나이테 또한 리얼리즘으로 그린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간의 깊이와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서 김대섭의 고재의 공간은 확장된 깊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숨가쁜 속도주의와 파괴된 고향과 자연, 그리고 기후 교란이 생명을 위협하는 오늘날 김대섭의 작품를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하이데거는 시인의 사명은 귀향이며, 시를 짓는다는 것은 최초의 귀향이라고 하였다. 고향이란 생명의 근원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대섭은 우리를 생명의 환희가 흐르는 고향으로 데려가는 시인이다. 우리는 김대섭의 작품 속에 새겨지고 싶다. 그 속의 소리와 색채로 흔들리고 싶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생명의 긍정과 환희를 되찾고 싶다.

갤러리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
02 725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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