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신라
고사리는 강가의 흙과 지푸라기로 제비의 집을 짓는 작가다. 제비가 진흙을 물어와 처마 밑에 보금자리를 만들 듯, 그도 같은 재료를 손으로 빚어 조각과 설치 작품을 만든다. 출발점은 서울을 떠나 강릉에 머물던 시기, 시장 처마 아래 둥지를 튼 제비 가족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이다. 궂은 날에도 제비를 돌보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그는 사람과 동물이 오랜 시간 쌓아온 돌봄과 공존의 관계를 발견했다.
고사리는 울산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회화에서 출발해 흙과 지푸라기, 한지처럼 자연의 물성을 지닌 재료를 다루는 조각과 설치로 작업의 폭을 넓혀왔다. 한국수출입은행 금고미술관(서울), 대추무 파인아트(강릉), 소금박물관(신안)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 대만 타이둥미술관의 단체전에도 참여한다. 2023년 대추무 파인아트의 ‘내일의 작가상’을 받았고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9)와 강릉 아티스트 레지던시(2025)를 거쳤다.
그의 작업은 재료를 구하러 나서는 일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제비가 집 지을 재료를 물어 오는 강릉 남대천에서 직접 진흙과 지푸라기를 채집하고, 여기에 옹기토를 더해 손바닥만 한 제비집을 하나하나 빚는다. 동그랗게 오려낸 한지를 유리창에 겹겹이 붙여,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광이 작품의 일부가 되게도 한다. 작가는 “농사를 지을 때는 식물과 퇴비가 재료가 되고, 제비의 이동을 살필 때는 그 습성을 따라 지푸라기나 강변의 흙을 길어 올린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재료는 계절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계속 반응하며 움직이기에, 그는 재료의 성질을 거스르지 않고 설치 장소와 환경에 맞춰 그 변화를 살피는 데 공을 들인다.
고사리의 작업은 2019년을 기점으로 한 번 더 깊어졌다. 마을 텃밭을 일구기 시작하면서 흙과 식물의 생애를 가까이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 경험이 “삶과 작업의 지평을 더욱 넓고 깊게 확장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번 출품작 ‘땅의 별’은 그 연장선에 있다. 작가가 1년에서 3년까지 직접 농사짓고 말린 식물들로 이뤄진 작업이다.
이번 Kiaf에서 고사리는 남대천의 진흙과 지푸라기로 빚은 ‘제비집’과 ‘제비 자리’, 한지와 자연광으로 제비의 이동을 그려낸 ‘제비 은하수’, 그리고 ‘땅의 별’을 선보인다. 부스의 작품들은 제비가 먼 길을 날아 다시 돌아오는 생의 흐름을 떠올리며 배치했다. 작가는 관객들이 “나타나고 머물다 사라지는 생의 과정 안에서 남겨지는 조용한 울림”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부스를 거니는 관객들은 우리 곁에 머물다 떠나는 작은 생명들의 자리를 새삼 돌아보게 될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Grass man at MMCA, 2026
Barn Swallow’s Nest, Mud and Straw from the Namdaecheon River in Gangneung, Onggi clay, Dimensions variable, 2025 - 2026
Installation View of Barn Swallow's Nest at KIAF SEOUL 2026
Grass man, weeds, string, Dimensions variable, 2021–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