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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센

다카하시 센

 

 

▷ 예술가가 되기 전, 조각 보존·수복 전문가로 활동하셨습니다. 이 경험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아버지가 전문 보존 기술자이셨기 때문에, 저는 자연스럽게 보존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보존 처리는 항상 누군가의 ‘컬렉션’을 다루는 행위이기에, 다른 사람의 수집품은 늘 제 삶과 함께해 왔죠.  이러한 배경은 지금도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며, 제 작업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바로 이 ‘보존’이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 작가님의 작업은 일반적인 ‘보존’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부패하는 컬렉션’에 대해 더 설명해주신다면.

“저는 사물에 주어진 ‘소멸의 필연성’을 개념적으로 수집하고 진열합니다. 영원한 보존을 지향하는 박물관의 진열장과는 반대로, 제 컬렉션 속 사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부패하고 소멸해 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죠. 이 ‘부패하는 컬렉션’은 모든 것은 변하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제 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Triangulation-The earth, Myself, Someone #5, Printed image, variable size, 2022

 

▷ ‘소멸’이라는 주제에 주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난 뒤 무엇이 남을지 상상해보는 일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성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때 입었던 옷, 반쯤 남은 샴푸 한 병, 한 장의 사진, 희미한 기억까지, 이 모든 것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사라져 갈 운명에 놓여있죠. 제 작업은 바로 이러한 것들과 ‘어떻게 따뜻하게, 웃으며 이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데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 이번 특별전에서 ‘소멸’의 문제를 통해 미술계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으신가요?

“아트페어라는 환경은 작품의 ‘소유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만약 어떤 작품이 그 구조 안에 파괴나 소멸을 본래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작품의 가치와 이념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단순히 한 작가의 문제를 넘어, 예술을 창작하고 유통하며 감상하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Sacrificial Corrosion, Perfumed oil, variable siz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