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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영

오가영

 

▷ 작가님은 주로 디지털 이미지나 사진을 수집해 작업을 하십니다.

“저에게 사진을 모으는 것은 경험을 수집하는 일과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익숙한 일상 속에서도 기존의 반경을 벗어나 다시 바라보는 것을 통해 경험이 쌓인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는 도시 조경에 흔히 쓰이는 팬지꽃 사진을 바탕으로 한 ‘Half Sticky’ 연작의 연장선입니다. 팬지는 생존력이 강하고 화려하지만, 도시 공간에서 쉽게 간과되는 모순적인 속성을 가졌는데, 그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평범한 사진이 어떻게 하나의 작품이 되나요?

>  도시를 거닐며 스마트폰으로 자연의 파편들을 수집한 뒤 이를 전시 환경에 맞춰 변형하고 재배열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디지털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새롭게 고안한 지지체와 결합시켜 입체적인 ‘사진-설치’ 작업으로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사진은 무언가를 기록한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낯선 조각의 형태로 공간에 개입하게 됩니다. 이미지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과 매체의 조건까지도 함께 진열하는 셈이죠

 

 

Half Sticky, wood, pigment print, aluminum frame, print, 240×1440 cm, 2023 

 

 

▷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모호한 것들, 아주 작은 ‘한 끗 차이’로 구분되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도시에 있는 나무와 국립공원의 나무는 어떻게 다른지,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에는 무엇이 있는지 같은 것들이죠. 서울에서 나고 자란 뒤 독일과 미국에서 살면서, 문화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언어가 달라지면 생각의 흐름이 바뀌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관객들이 제 사진을 단서 삼아, 그 안에 숨겨진 다양한 맥락을 추적하고 상상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관객들이 작품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기를 바라나요?

“저는 벽에 걸리는 평면 작업들이 마치 다른 세계를 여는 ‘포털’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평면 작업들이 전시 공간을 일시적으로나마 점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관객들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제 작업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뿐 아니라 삶의 방식이나 무형의 형태로도 예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단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Half Sticky, wood, pigment print, aluminum frame, print, 240×1440 cm,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