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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혜

염지혜

 

▷ 영상 작업을 위해 이미지나 이야기를 ‘수집’하시는데, 주로 어떤 것들인가요?

“저는 물리적인 물건을 쌓아두는 수집가와는 거리가 멀어요. 오히려 미니멀리스트에 가깝죠. 대신 영상 작업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방대한 리서치를 통해 이야기와 이미지를 끌어모으는 과정이죠. 스톡 영상, 직접 촬영한 영상, 3D 애니메이션, AI 생성 이미지, 아카이브 자료 등 출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상 소스를 수집합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경험과 역사의 거대한 서사가 겹쳐지는 지점을 탐색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결합해 비로소 하나의 영상 작업으로 만들어냅니다.”

 

▷ 이번 특별전에서는 어떤 작품들을 선보이나요?

“이번에는 제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수집’의 방법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구작 두 점을 중심으로 선보입니다. 2015년 작 ‘분홍돌고래와의 하룻밤’은 제가 아마존에서 분홍돌고래를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돌고래에 얽힌 원주민의 전설과 식민의 역사, 생명 착취의 문제까지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또 다른 작품인 ‘검은 태양 X’는 사랑스러운 유령 캐릭터 ‘캐스퍼’와 중세의 마녀사냥, 그리고 식물처럼 사유하는 가상의 집단 ‘물구나무종’이라는 세 가지 이질적인 이야기를 연결하며, 역사적 재앙이 현재의 우리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 되묻습니다.”

 

 

A Night with a Pink Dolphin, Moving Image, 21min 37sec, 2015 

 

 

▷ 작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으신가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어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히 지적인 호기심을 넘어 끈질기게 저를 따라다니며 감정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들에 더 깊이 몰두하게 됩니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이야기가 이처럼 고집스럽게 아우성을 칠 때 미룰 도리가 없다’고 말했듯이, 어쩌면 제 작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저만의 방식으로 발언하려는 시도일지 모릅니다.”

 

▷ 영상 작업은 보통 미술관에서 상영되는데, 아트페어 특별전 참여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아트페어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전시에 대해 여전히 심술궂은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자의 시각으로만 머무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직접 경험하며 발언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술계는 ‘시장과 비시장’으로 명확히 나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가 미묘하게 중첩된 복합적인 생태계 같습니다. 이번 전시가 시장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A Night with a Pink Dolphin, Moving Image, 21min 37sec,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