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선필
돈선필
▷ 피규어나 굿즈 같은 서브컬처 수집품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피규어에 먼저 관심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다분히 판매를 전제로한 상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타 공산품들과 달리 명백한 목적성이 없는 합성수지 모형이 미술품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피규어를 통해 역순으로 여러 작품과 예술분야를 알게 된 것 처럼, 이번 특별전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전체적 맥락이 단절되고 파편화한 상태이지만 보다 넓은 미술을 알게 하는 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 작가님께 ‘수집’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수집’은 단순한 물건 모으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사회적 맥락을 탐구하는 과정 같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집’이란 행위가 어떻게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산업과 사회의 복잡한 관계망을 엮어 가는지를 탐구하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Self-Introduction, 4k video, 25min 19sec, 2020
▷ 수집한 피규어들은 작업안에서 어떻게 변형되나요?
저는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은 눈에 띌 때 모으는 편입니다. 피규어, 플라스틱 모형, 인터넷 이미지, 자료집, 단행본 등 수집 대상은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레진킷이나 소프트 비닐 피규어는 매년 방문하는 ‘원더 페스티벌’에서 구입한 물건들입니다. 지금은 개인 소장품이지만 언제 작업재료가 될지 알 수 없네요. 수집과 전시의 경계에 있는 사물 같습니다. 때로는 ‘이걸 왜 모았지?’ 싶다가도, 나중에 보면 그 우연성이 작업의 중요한 실마리가 되곤 합니다.
▷ 관객들이 작품을 어떤 시선으로 마주하길 바라시나요?
작품보다 도구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면 좋을 것 같네요. 도구의 의미는 그 자체에 있지 않고 사용법에 의해 결정되곤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조형물은 비교적 알아보기 쉬운 형태를 지향합니다. 평소 알고 있던 익숙한 방식으로 소비하셔도 좋지만 다른 방식의 이미지 사용법을 찾아보신다면 더 재미있고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Portrait Fist Series, ABS, resin, acrylic, figure, polyurethane foam, 55×40×45cm,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