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org는 Internet Explorer 브라우저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습니다. Edge, Chrome 등의 최신 브라우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Mount Mariana

2021. 8. 13 – 9. 16
유이치 히라코 Yuichi Hirako

Yuichi Hirako Green Master 65 2020 acrylic on canvas 116.7 x 91 cm 갤러리바톤 제공 Courtesy of Gallery Baton

갤러리바톤은 8월 13일부터 9월 16일까지 유이치 히라코(Yuichi Hirako, b. 1982)의 개인전, ⟨마리아나 산(Mount Mariana)⟩을 개최한다. 하이브리드 형상을 가진 존재를 매개로 인간과 자연, 환경과 공존 등 가볍지 않은 이슈들을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화풍으로 묘사해오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키워오던 작가가, 2019년 그룹전(시그너스 루프, Cygnus Loop) 이후 바톤에서 여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작가군이 주목을 받는 시대에, 히라코의 작업은 고전 미술과 현대 미디어의 형식미와 구성 메커니즘의 면면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내재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차별성을 갖는다. 반인반수의 신화적 등장인물을 제외한다면, 사물의 조합으로 인간의 형상을 구현하는 작풍은 베르툼누스(Vertumnus, 1590)로 잘 알려진 16세기 궁정화가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를 시초로 보는 평이 우세하다. 아르침볼도는 대부분의 궁정 화가가 소속된 왕족 및 특권 계급의 초상화에 매진하던 관행과는 다르게, 과일, 꽃, 나무 등 자연물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표현한 “조합된 두상(Composite Heads)” 연작을 다수 남겼다. 이러한 작업들은 고전주의 화풍이 지배하던 시대에 시각적인 놀람과 유희를 선사하였는데, 계절의 순환, 사원소 등의 주제를 모태로 한 작품들은 ‘새의 얼굴을 가진 인간’을 자주 등장시켰던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등 20세기 초 발흥한 현실주의의 전신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Yuichi Hirako Lost in Thought 65 2021 acrylic on canvas 259 × 194 cm 갤러리바톤 제공 Courtesy of Gallery Baton

전시 제목인 ‘마리아나 산’은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 아니라 태평양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의 지명에서 착안하였다. 플라톤의 대화편에 등장하는 아틀란티스(Atlantis) 설화같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구 저편의 어딘가에 인간과 외형이 유사한 캐릭터가 숲속에서 유유자적하며 다른 생명체와 공생하며 일상을 보낸다는 설정은 히라코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중심 플롯이다.

그는 작품의 서사성을 배가시키고 하나의 중심 주제에서 뻗어 나가는 세부 스토리 라인의 구축을 위해 “트리 맨(Tree Man)”이라고도 불리는 하이브리드 캐릭터 외에도 고양이, 강아지 등을 비중 있게 등장시킨다. 이러한 보조 캐릭터의 등장은 현대 애니메이션의 구성 기법에 있어 하나의 정석으로 여겨지는데, 장편 또는 시리즈에서 자칫 발생하기 쉬운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장면의 정황 전달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메인 캐릭터와 같은 선상에서 항상 보호를 받는 설정은, 자연과 동물이라는 대상에 대해 작가가 품고 있는 연민을 상징하기도 한다.

전시에서는 ‘마리아나 산’이라고 명명된, 순환계의 핵심이자 동식물이 의식주를 위탁하고 있는 ‘숲 지대’는 일본에서는 일종의 신성한 장소로도 간주된다. 산지가 발달한 오카야마현 출신인 작가는 석사 학위 기간 체류한 런던에서 다른 대도시처럼 사람들의 정신적 위안을 위한 도시의 녹지대, 가로수 그리고 가정 내의 인테리어용 식물들의 처지를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공간에서 통제를 받으며 최소한의 생명 유지를 지속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상황은 애초에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이 아니라는 생각은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 주제로까지 발전하였다.

이는 모든 자연을 통일된 하나의 전체화된 개념에서 조망하는 심층 생태학(Deep ecology) 관점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유이치의 작품에서 자연은 극복하거나 개척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동등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하는 위치로 묘사된다. 파괴된 자연과 고통받는 동식물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 현대 환경 보호 운동의 매체적 특성이라면, 히라코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작품 자체의 미학적 가치 너머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매개체로써 회화의 가능성을 꾸준히 탐색해오고 있다.

Yuichi Hirako Lost in Thought 58 2020 acrylic on canvas 162 x 130 cm 갤러리바톤 제공 Courtesy of Gallery Baton

유이치 히라코는 윔블던 예술대학교(Wimbledon College of Art, London) 미술학사를 우등으로 졸업하였다. 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Tokyo Opera City Art Gallery, Tokyo)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도쿄도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Tokyo), 우에노모리 미술관(Ueno Royal Museum, Tokyo), 도쿄도 미술관(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Tokyo), 군마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Gunma), 갤러리바톤, 챕터투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내외 중요 예술 기관인 상하이 파워롱미술관(Shanghai Powerlong Museum, China), 리서 아트 뮤지엄(Lisser Art Museum, Netherlands), 아크조노벨 아트 파운데이션(AkzoNovel Art Foundation, Netherlands), 장 피고치 컬렉션(Jean Pigozzi Collection, Switzerland), 다이이치 생명보험(Dai-ichi Life Insurance Company, Japan) 에 소장돼있다.

갤러리바톤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16
02 597 5701

WEB     INSTAGRAM     Artsy

Share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