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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Lister’s World

2021. 6. 17 – 8. 29
앤토니 리스터 Anthony Lister

전통적인 수퍼히어로물에서 영웅은 오랜 시간 절대적 선의 존재였다. 빌런이 저지른 악으로 인해 혼란과 절망에 빠진 사회를 구해내는 히어로를 향해 우리는 유년시절부터 일말의 의심 없는 지지를 보내왔다. 앤토니 리스터(Anthony Lister)는 히어로의 규율을 빗겨나 우리 안에 내재한 선과 악의 개념 사이의 모호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우리 사회 속에서 정의라는 미명으로 행해지는 타인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향해 실질적인 질문을 해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Lister_anthony_ Body Turns_2021_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_51x40,5cm

갤러리에 일렬로 늘어선 가면을 쓴 다수의 슈퍼히어로는 히어로/빌런 그리고 선/악이란 양가성의 시각적 혼종물이다. 레드, 블루, 옐로우, 그린, 블랙 등 만화책에서 볼 법한 색상 범위를 사용해 그려진 각각의 캐릭터는 그와 대비되는 여백의 공간을 부유한다. 디자인 용어로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라고도 불리우는 이 공간은 움직이는 관찰자의 시점이나 행위에 의해 지각되는 상대적이고도 미결정적인 공간이다. 그곳은 관찰자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며 역동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품는다. 페인트가 흘러내리고 튀긴 표면의 흔적은 여전히 젖어 있는 듯한 효과를 내며 리스터의 붓질과 만나 거리와 스튜디오로부터 뻗어 나온 힘과 생기를 보여준다.

Lister_anthony_ Ever Learn_2021_Acrylic and mixed media on board_51x40,5cm

앤토니 리스터는 스스로가 그래피티 아티스트보다 “거리에 그림을 그리는 파인 아티스트”에 가깝다고 말한다. 낙서와 예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서 자신이 그린 가면 쓴 슈퍼히어로처럼 스스로의 모순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브리즈번 교외에서 성장한 리스터는 그림을 그렸던 할머니를 통해 예술을 접하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어려서부터 방 한 켠에 마련된 할머니의 작업 공간과 집 안의 식탁보, 달력 등에서 브렛 화이트리(Brett Whiteley)와 아서 스트리튼(Arthur Streeton) 같은 오스트레일리아 추상 표현주의나 인상주의 대가들의 작품을 눈에 익혔던 것이다. 비록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며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겪었지만 17세부터 거리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예술은 유일한 삶의 목적이 된다. 그는 이후 호주 전역을 여행하였고 낡은 버스 정류소의 광고를 자신의 작업으로 대체해 나가며 거리에서 예술적 커리어의 기반을 다졌다.

Lister_anthony_ Let The Rain In_2021_Acrylic and mixed media on canvas_51x40,5cm

선악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회색지대의 세상에서 선 거리의 파인 아티스트 앤토니 리스터는 절대 오지 않을 슈퍼히어로를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여 우리를 초대한다.

앤토니 리스터(b. 1979)는 호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도발적인 주제를 통해 현실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예술의 단단한 권위를 느슨하게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목탄, 아크릴, 스프레이, 유채 등 여러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그의 작업은 일정한 주제로 제한되지 않는 대담함을 보여주며, 단번에 각인되는 강렬한 인상을 자아낸다. 10대 시절에 그래피티 작업을 시작한 리스터는 그래피티에 뿌리를 둔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형성하며, 오늘날 호주 스트리트 아트의 선구자로 꼽히고 있다. 작가의 화면 속에는 히어로와 빌런의 퍼레이드가 이어지며,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탐구하도록 이끈다.

퀸즐랜드 예술대학을 졸업한 앤토니 리스터는 호주,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포르투갈, 일본 등지에서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호주 내셔널 갤러리, 호주 아트뱅크, 베를린 어반 네이션 등의 예술기관들 뿐만 아니라 데이비드 로버츠, 휴 잭맨, 핑크, 퍼렐 윌리엄스 등의 셀럽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시드니에서 거주 및 활동 중이다.

갤러리 브루지에-히가이 서울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99, 1층
02-34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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