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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아이

권아람

《피버 아이(Fever Eye)》 전시 포스터

송은은 6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제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권아람의 개인전 《피버 아이(Fever Eye)》를 개최한다.
송은미술대상은 전도유망한 국내 미술작가를 지원하고자 2001년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제정해 매년 공정한 공모와 심사를 통해 운영하는 미술상이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향후 송은에서의 개인전 개최가 지원되며, 올해 6월 제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권아람의 개인전 《피버 아이》를 선보인다. 권아람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에 관한 비판적 고찰을 바탕으로, 스크린 속 이미지에 집중하는 일상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스크린이라는 대상을 탐구해왔다. LED, 스크린, 영상 및 사운드를 활용한 미디어 설치 작업을 통해 감각의 혼란과 인식의 전복을 유도하는 작업을 선보인 작가는 《제21회 송은미술대상전》(2021-2022)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3년 만에 송은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권아람, Nowhere Happiness, 슬라이드 프로젝터, 단어들, 가변설치, 2012/2025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이번 전시에서 권아람은 기계의 눈은 밝아지고 인간의 눈은 어두워진 실상 아래, 기술에 이끌린 미래가 현재의 시스템을 과열시키는 양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전반의 부작용을 살핀다. 도시 곳곳을 검열하는 CCTV, 자율주행의 눈이 되는 AI 이미지 센서, 이미지 학습을 위한 이미지 데이터셋 훈련 등 물리적 현실을 이미지 데이터화해 기술의 토대로 삼는 현재의 과잉된 시지각현상이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추동하는지 질문하고자 한다.

권아람, 납작한 세계, LED, 아크릴 거울, 철에 도색, 사운드, 가변설치, 2018/2025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전시 제목과 동명의 신작 <피버 아이>(2025)는 이번 전시 전반을 관통하는 주요 작업으로, 정보와 상품, 기술과 자본의 결탁으로 경계가 모호해진 생태계에서 출구 없는 플랫폼과 채널 안을 유영하는 인간을 포착한 데서 출발한다. 3층 전시장을 둘러싼 LED 패널은 스크린 상 오류의 기호이자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강렬한 붉은색을 내세워 과열된 현재를 함의적으로 제시한다. 연극 연출기법인 ‘생소화 효과(Verfremdungseffekt)’를 차용해 깜빡거리기를 반복하고, 사운드를 배제함으로써 오로지 시각적인 소격 효과만을 강조해 관람객의 몰입력을 차단하며 역으로 작품과의 비판적 거리를 유도한다. 이를 비롯해 영상, 설치, 사운드를 아우르는 작업은 은유적이고도 명료한 시각 언어로 전시장을 가득 메우며 기술지상주의에 대한 다면적 검토와 새로운 시지각적 통찰을 제안한다.

권아람, 프리즈 프레임 02, 피그먼트 프린트, 거울, 71 x 91 cm, 2023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대상을 수상했던 《제21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선보인 <월스>(2021)는 작가가 처음으로 LED 패널을 도입한 작업으로, 조각난 스크린에 거울을 결합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의 과녁이 된 스크린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했다. 당시 높고 어두운 송은의 지하 2층 천장에 매달린 형태로 제시된 작업은 공허하게 부유하는 욕망의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냈다. 블루 스크린(Blue Screen of Death)’과 ‘레드 스크린(Red Screen of Death)’의 오류 화면이 반복 점멸하고, 불규칙한 사운드가 뒤엉키며 디지털 사회 속 불안과 혼란을 형상화한 이 설치 작업은, 이후 권아람의 조형 언어 발전의 기점이 되었다.

권아람, 백룸스 (still image), LED, 6채널 연속 비디오, 사운드, 스크린 가변설치, 2025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이번 전시 지하 2층에서 선보이는 <백룸스>(2025)는 전작 <월스>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되는 작업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감각의 혼란을 구현한다. 인터넷상에서 생성된 도시괴담인 ‘백룸(The Backrooms)’은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무한하고 비좁은 공간을 일컫는다. 작가는 ‘백룸’에서 착안해 익숙한 공간의 반복과 왜곡, 출처 없는 이미지의 누적이 만들어내는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의 정서를 송은 지하 전시장에 형상화한다. 마치 그물처럼 뒷면이 투과되는 메쉬 LED는 공중에 부유하듯 설치되며, 영상 이미지들은 서로 중첩되고 투명하게 새어 나가 공간 전체를 유영한다. 스크린 안에서 무한히 이어지는 3D 디지털 공간의 폐쇄적 이미지와 공간 전면을 감싸는 사운드 스케이프는 낯설게 반복되며 환각적인 공간감을 형성한다.

권아람, 이중교배, 피그먼트 프린트, 검정 거울, 접착식 필름지에 디지털 흑백 인쇄, 59 x 79 cm, 2025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현실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인간의 감각과 판단을 대체하는 시대에, 관람객은 오류 가능성을 내포한 이미지 속을 배회하면서 영상과 공간, 감각과 인식의 경계에서 유예된 상태로 머무르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소셜 미디어가 유도하는 자발적 정보 기여와 자율성을 표방하면서도 폐쇄적으로 설계된 플랫폼 자본주의 시스템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이로써 작가는 영혼 없는 미디어가 감각과 인지, 이성과 정서를 통제하는 세계의 구조를 시각화하고, 언제든 오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심리적 의심을 조형적으로 빚어낸다. 작가에게 스크린은 단순한 이미지 투사 장치가 아닌, 감각의 충동과 의미의 해체가 발생하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장소로 사유된다. 스크린은 납작한 화면 안에서 쉼 없이 수동적으로 이미지를 실어 나르는 운반구에 한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욕망이 매개되는 격동의 현장으로 존재한다.
전시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네이버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으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도슨트 투어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사전 신청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주중 2회(13시, 15시), 금-토 3회(11시, 13시, 15시) 운영된다. 또한 작가가 직접 참여해 보다 내밀한 작품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토크는 7월 19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송은 홈페이지(songeun.or.kr)에서 확인하거나 전화(02-3448-0100)로 문의 가능하다.

 

송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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