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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갤러리다선 기획전 “Link“은 김보민 작가의 개인전으로 10월 31일부터 11월15일까지 과천에 위치한 갤러리다선 제1전시장과 2전시장에서 열린다.
Installation view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는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김보민 작가는 자신의 실존에서 출발하여, 공간 속에 현존하는 자신과 타자, 자아와 세계의 연결에 주목한다. 작가의 메시지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실존주의 철학의 명제에 가깝고, 표현 기법은 색면으로 이루어진 배경에 현대인의 고독한 실존의 모습을 반영한 도시 풍경화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 그 관계성에서 느끼는 순간의 감정, 그리고 감정에 대한 기억을 캔버스 안에 온전히 기록하고 싶어 한다.
작가는 공간을 기하학적인 면들로 단순화하고, 그 안에 작은 사이즈로 묘사하는 인간을 중심으로 동식물과 사물을 배치한다. 도심 속 고층빌딩과 빌딩 사이를 걷고 있는 인간 크기의 비례를 작품 속에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간의 뒷모습은 반복되는 일상의 고민을 견뎌내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 그자체로 다가온다. 인물들은 걷고 있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작가의 시점은 인물들의 뒤쪽에 위치한다. 작가의 작품은 얼핏 보면, 자코메티 작품의 키워드인 걷는 사람과 시선을 묘하게 닮고 있는 것 같다. 인물들은 자코메티의 조각처럼 인간의 고독과 실존이 느껴지는 듯 보이고, 사색하면서 침묵하는 모습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단면으로 다가온다.걷는다는 것은 실존한다는 뜻이며, 시선 또한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 실존주의자들에게 인간은 존재 그 자체이고, 실존한다는 것은 거기 있음이다.
Installation view
작가는 건물을 각종 도형의 형태나 단순한 선의 형태로 미니멀하게 표현하지만, 관람자는 그 형태를 공간의 존재로 인지한다. 미니멀한 이미지는 작가의 희미해진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공간에 관한 기억의 부산물일 수 있고, 여러 가지 색감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작가 감성의 표현일 수 있다. 흑백 같은 과거의 기억에 회상하는 현재의 느낌과 감정의 색을 입힌다. 작품은 세련되고 따뜻한 색감과 과감하고 단순한 공간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을 채우는 디테일한 묘사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을 색과 형상으로 표현한다. 작가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다른 형태의 작업은 인간의 고독한 삶의 모습에서 출발하였지만, 인간과 동식물을 생략하고, 공간만을 묘사하는 색면 추상을 시도하려는 듯하다. 인간의 불안한 실존을 색면 추상으로 단순화시키면서, 자신의 실존을 색과 도형을 통해 텅 빈 공간으로 상징화한다.
Installation view
작가는 제목을 정하는 것도 작품의 일부이고, 관람자에게 던지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몇 가지,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거꾸로 내리는 비처럼, 작품에 부여된 짧은 시어 같은 제목들에서 생각의 깊이와 문학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제목은 관람자들에게 작품을 보면서 상상하게 하고, 호기심을 유도하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에게 불안이라는 개념은 실존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이데거에게 불안은 인간에게서 존재자 전체가 사라져버리는 경험이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과 마주한다. 하이데거에게 현존재는 시간 안에 어떤 종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한하게 실존한다는 뜻이다. 불안을 경험하는 현존재로서의 작가가 앞으로 어떤 형상과 색으로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고, 어떤 화두로 관람자와 공감할지 궁금해진다.
 
글, 권도균 (런던대 철학박사)
다선 갤러리
경기도 과천시 양지마을4로 44-18 (과천동)
02-502-6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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