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2 - 12. 21 | [GALLERIES] Gallery Sein
박제경
박제경, U-Topos23040, 2023, acrylic and gutta on canvas, 91×72.7cm
유토피아(Utopia)는 어디에도 없는 장소다. 현실 속에 없다. 하지만 고대부터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꿈꾸고, 낙원의 장소를 염원하고 상상한다. 현실세계에서 도피처로서 자신들만의 위안을 삼는다. 작가는 환영에 불과한 가짜 낙원인 상상속 유토피아를 작가의 독창적인 형식으로 이미지화 해 준다.
박제경, U-Topos23032, 2023, acrylic and gutta on canvas, 72.7×60.6cm
현실에도 없고, 비현실에도 없는, 실재인 듯 하지만 비실재인 그 경계가 모호한 지점을 ‘U-Topos’라 명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 모호함은 부유하는 듯한 레이스 형상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화면 속 요소들은 서로 뒤엉키고 뒤섞이고, 흐트러지고 엔트로피(무질서)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람, 새 그리고 곰을 찾으며 동심이 가득한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엉켜있는 선들은 한발짝씩 뒤로 물러나 바라보게 되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인체의 형상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작품을 관람하는 위치에 따라 관람자의 정서에 따라 작가의 작품은 여러가지 스토리를 전한다. 오묘한 색의 공간에서 우러나오는 선들이 그려내는 미적 체험을 넘어 고요함 속에서 ‘U-Topos’로 빠져드는 ‘몰입’의 정신적 향유를 경험하게 한다.
박제경, U-Topos23033, 2023, acrylic and gutta on canvas, 91×60.6cm
처음부터 레이스의 형상을 가진 선들의 덩어리를 그리려던 것은 아니다. 구타에(gutta‧방울)를 사용하여 섬세하고 돌출된 선들이 얽히고설키며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다 보니 아름다움의 상징인 레이스가 되었다. 작가의 ‘U-Topos’ 작업도 비슷한 맥락이다. 작가는 마음속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내 캔버스로 옮겨 선으로 그려낸다. 그 선들은 상호작용하며 전체 화면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박제경, U-Topos23025, 2023, acrylic and gutta on canvas, 91×60.6cm
작품의 표현방식은 조광제가 ‘레이스, 또 다른 회화적 관능의 세계’라는 비평에서 처음으로 명명한 ‘거미줄 잣기(spiderweb spinning)’라는 기법이다. 거미줄은 기하학적이고 복잡하지만, 아름답고 정교하며 완벽한 구조를 갖는다. 작가의 선들은 캔버스 위에 철저히 계산된 듯 보이지만, 자유롭게 자연스러운 모습의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는 지점에서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 그러나 작가는 선들에 더 집중하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화면 전체의 색과 공간에 더 집중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개인전에서 작품의 색은 더욱 다양해지고 선이 만들어 내는 정신의 흐름이 기존의 작업보다 더 잘 표현되었다.
박제경, U-Topos20015, 2023, acrylic and gutta on canvas, 116.8×91cm
작가의 작품은 감정의 영역과 환상의 영역, 그리고 현실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현실과 꿈, 그리고 내면의 감정이 섞여있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이었던 형상이 점차 흩어지면서 새로이 조화롭게 이룬 고요한 내적 세계를 제공한다.
박제경, U-Topos23038, 2023, acrylic and gutta on canvas, 116.8×72.7cm
갤러리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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