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AL ISSUE] Seoul Museum of Art
2021. 1. 26 – 4. 11
구수현, 아르동, 양숙현, 오재우 등 72명
《컬렉션_오픈 해킹 채굴》은 미술관을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이 소장 작품 컬렉션에 접근하는 방식을 실험적으로 모델링하여 기존의 컬렉션 해석과 감상, 관리 체계 전반에 걸쳐 차이를 발생시키고자 마련되었다. 비대면 상황에서 강화되고 있는 온라인 체계를 바탕으로 컬렉션을 새로이 들여다보아야할 필요와 함께 네트워크형 미술관으로의 전환을 앞둔 서울시립미술관이 미술관의 근간인 컬렉션에 대해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연구를 진행해야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번 전시는 대표작이나 주제 중심이 아닌 세 가지 프로젝트를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우선 채굴–연구 비평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컬렉션 아이덴티티와 미래 방향성을 ‘채굴’하고자 시도하였다. 또한 코로나19 시대 소장 작품과 만나는 경로를 탐색하는데 있어 관객과 작가가 주도적으로 소장 작품을 ‘해킹’하여 감상과 가치의 문제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해킹–배움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장 작품 관리 시스템 프로젝트를 통해 관계자만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의 소장 작품 관리 시스템을 오프라인 전시장으로 ‘오픈’하여 그 기준과 체계를 그려내는 한편 그것의 틈이 만들어내는 미술의 본질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끊임없이 갱신되는 소장 작품 컬렉션을 만들어나가고, 후속 연구에 대한 단초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가 타 기관과의 차이를 만들어나가려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실험이자 SeMA 컬렉션이 국내외 어떤 지형과 맥락 안에서 위치하고 역할하며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상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해킹-배움의 프로젝트
해킹–배움의 프로젝트는 미술관을 구동하는 가장 큰 축이라 할 수 있는 ‘관객’과 ‘작가’가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컬렉션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며 특히 온라인 체계 안에서 감상 방식과 전통적 가치 위계를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된다.
주로 수장고에 보관되며 가끔 전시로 공개되는 소장 작품 컬렉션은 온라인에서도 대부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똑같은 형태의 이미지와 캡션, 설명으로 게시된다. 이렇게 데이터화된 소장품과 이미지는 온라인 특성상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도 하지만 실제작품을 감상하는 것과는 차이가 클 뿐더러 탈맥락, 낙차, 분절 시점 같은 특성이 더해지기도 한다. 즉 가치의 감각과 기준에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관객과 작가가 ‘해킹’이라는 태도를 가지고 감상 매커니즘과 경로를 재구성해보도록 하였다. 이런 방식과 가치에 대해 새롭게 갱신할 수 있는 주체는, 작품의 제작과 의미 발생에 가장 맞닿아 있는 관객과 작가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서 사용한 ‘해킹’은 단순히 정보를 빼내는 것이 아니라 공유, 협력을 기반으로 하며 닫혀있던 것을 열어 정보를 새롭게 활용하고, 지배적 기술을 역설계 한다는 의미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구성된 작품들은 관객 각자의 위치에서 향기와 함께 소장 작품을 감상하면서 ‘지금 여기’로 작품에 대한 환경과 감각, 감정을 소환하기도 하고, AR 기술을 활용해 온–오프라인 전시를 융합하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미술관과 작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온라인에서 개인의 작품 소장과 소유의 문제나 온라인 저자성에 대해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또한 관객들이 중요한 작품을 선정해보면서 작품의 위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그 결과를 전시기간 중 전시장에 설치하기도 한다. 가상현실(VR)에서 작품의 제작과 감상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경험해볼 수 있는 소장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이러한 새로운 형식의 작품 감상 방법들과 함께 전시기간 중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과 참여과정 등이 공유되고, 서로 나눈 논의들이 수합되어 그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채굴-연구 비평 프로젝트
채굴–연구 비평 프로젝트는 9명의 연구자가 9개의 SeMA 소장 작품 연구범주를 통해 새로운 컬렉션 아이덴티티와 미래 방향성을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미술관의 의뢰에 따라 연구자들은 해당 범주의 작품 목록을 받아 소장 작품 데이터베이스 접속, 작품 실견, 각 범주에 대한 비평과 작품 추천으로 연구협력을 진행하였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소장 작품 수집의 전략과 방향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공공미술관의 소장 작품은 국내외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공유되고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하여 컬렉션의 차별화된 미래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미술사적 맥락 하에서 대표작들을 선정하고, 누락된 부분을 보강하며, 분관별 특화 컬렉션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컬렉션 형성에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작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다른 층위의 설계를 시도하였다. 즉 현재까지 수집한 5,000여점의 작품이 수집 제도의 형태, 기관의 지향성,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입지 등의 작용으로 형성된 것이라 할 때 여기서 드러난 특징적인 작품군 9개를 일차적 연구 주제 범주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컬렉션 형성의 조건들은 지속될 것이고 때문에 해당 조건 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9개의 범주는 각각 〈근현대〉, 〈회화〉, 〈조각 및 설치〉, 〈뉴미디어〉, 〈사진〉, 〈사회적 미술〉, 〈동시대성의 빠른 포섭(20–30대 작가 작품 및 형식매체 실험 등)〉,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야외조각 및 공공기관 대여용 작품, 취약 장르 지원 개념의 수집 작품)〉, 〈도시 서울〉이다.
이차적으로는 단순히 대표작가나 대표작 중심이 아닌, 숨어있는 맥락 또는 사회적, 미학적 변화의 순간을 드러내는 작품, 혹은 대표작의 위상을 흔들 수 있고 다른 작품들과 연결하여 컬렉션의 확장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을 채굴해내고자 하였다. 이런 방식은 실험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추구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의 ‘태도’로서 컬렉션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계 위에서 연구들은 시대, 장르, 기관 비평을 가로지르는 범주와 작품 추천 기준으로 인해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겹치기도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발생시켰다. 연구자들은 연구 범주별로 앞으로 어떤 부분을 연구해야할지, 어떤 특성과 비평적 논점들이 있는지를 제언한다. 또한 작품 추천은 숨어 있던 작품들을 드러내어 앞으로 어떤 분석적 도구나 선택의 기준을 사용할 수 있을지 발견토록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다른 맥락과 층위의 컬렉션을 개발해내는 모델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시 이후에도 후속 연구들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오픈-소장 작품 관리시스템 프로젝트
오픈–소장 작품 관리시스템 프로젝트는 관계자 외에는 접근할 수 없는 미술관의 온라인 소장 작품 관리 시스템을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오픈’해 그 기준과 체계, 그리고 그것의 틈과 차이들이 만들어내는 미술의 본질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근래 소장 작품 수집과 보존관리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였고, 수장고를 개방하거나 수장고형 전시를 시도한 사례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오프라인 수장고를 대상으로 삼기보다 컬렉션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비물질적 시스템의 개념을 전시장에 열어 보이고자 한다. 오프라인 수장고를 개방한다는 것이 관객으로 하여금 편견 없이 작품에 접근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면, 온라인 관리 시스템을 개방한다는 것은 작품을 규정하는 형식적 기준들, 나아가 그러한 기준 밖에서 발생하는 의미들까지도 발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종류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우선 가장 큰 작품, 가장 작품가가 높은 작품, 가장 상영시간이 긴 작품 등 평소 관객들이 궁금해 했던 지표적 특징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편, 어느 한 기준으로 담아낼 수 없는 작품들도 소개한다. 지표적 작품들이 체계를 그려낸다면 이러한 돌출 데이터들을 통해 미술 작품의 본질에 대해 질문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주제어 ‘서울시립미술관’에 해당하는 지표이자 지역적 요구와 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 채굴–연구 프로젝트의 한 범주인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해당하는 작품과 연구 비평이 그것이다.
우리가 이 작품들을 마주하는 경험은 소장 작품이 단순히 데이터로 함축할 수 없는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물리적 존재라는 것과, 관리의 기준이 시간과 환경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것임을 깨닫는 과정이 될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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