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org는 Internet Explorer 브라우저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습니다. Edge, Chrome 등의 최신 브라우저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Ceremony. Dansaekhwa by Hyunae Kang

홍현애

Installation View of ‘Ceremony. Dansaekhwa by Hyunae Kang’

본 전시는 의식이라는 제목과 함께 작가의 명상적 행위와 회화가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가를 통해 한국 단색화의 오랜 주제인 물질, 행위, 화면을 강현애 작가가 어떻게 풀어가는 지에 집중한다.

자연의 눈부신 색채와 역동성을 포착하고자 한 감수성이 오롯이 배어 있는 강현애 작가의 회화 스타일은 마티에르를 통한 재료의 내적 에너지를 표현하던 그녀의 조소 작업을 시제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자연과 추상을 주제로한 조각으로 1990년대 한국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Installation View of ‘Ceremony. Dansaekhwa by Hyunae Kang’

90년 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 로 이주 후 작가는 조각보다 회화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나타난 많은 회화 작업들은 무수한 수직, 수평으로 마치 직조된 듯한 색띠들이 세밀하게 구성된 색면으로 화면을 채운다. 단순한 원형, 직사각형 같은 면을 구성하면서, 때로는 아무 형태 없이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빼곡히 쌓인 색띠들은 화면 내부에 리드미컬한 율동감을 만들어내며 반짝이는 빛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일부의 작업 들에는 산등성이, 파도 같은 자연적 이미지와 추상적 요소가 공존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하학적 형태가 태양, 달, 창문 같은 알고 있는 이미지를 연상 시킬 뿐이다. 몇몇 작품들은 서예의 같은 곡선의 사용, 또는 칼의 반복적 긁기의 패턴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작은 단위에 의해 분절된 많은 면들이 수많은 층을 만들어내고 직조물을 같이 보이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공통적이다. 반복적, 율동적 공간감을 통해 끝없는 시간 속에 놓여 있는 부분적 공간을 표현하는 작품의 일괄적 성격은 작가의 초월적 존재와의 만남이라는 목적성에 부합한다.

Installation View of ‘Ceremony. Dansaekhwa by Hyunae Kang’

한국 미술 특히 단색화에 있어서 표면에 대한 집착은 단지 형식적 문제가 아니다. 회화를 설명 할 때, 박수근의 경우 석탑, 모래, 김환기의 경우 백자의 촉감으로 비교했듯이, 마티에르는 해방 후 한국의 고유성을 찾는 미술의 담론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질에 대한 정서적 몰입을 통해, 화가의 손기술과 치혈한 노력을 반영하며, 그 감성을 형태보다 촉감으로 표현하려는 작품의 성향은 모노하의 대표 주자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단색화 운동을 주도했던 이우환의 철학과 만나면서 물성, 행위, 회화 에 대한 새로운 인식체계를 만들어냈다. 그를 비롯한 많은 단색화 화가들은 화면을 물질인 동시에 행위 하는 장소로 이해한다, 화가는 어떤 형상을 그려 넣기보다 칠해진 안료를 또 쌓고 제거 하는 과정을 통해 동작에 완전히 몰두 함으로서, 어는 순간 스스로의 목적성을 의식하지 않고, 무한한 대상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다. 회화는 이런 만남 혹은 수련의 행위를 통해 주체가 무로 소멸되는 정신적 각성이 일어나는 장이 된다.

무엇을 그리겠다는 생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려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이고 끝없는 반복의 행위를 통해 정신적 정화를 하는 측면에서 볼 때, 강현애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한국적 단색화의 회화의 정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통적 단색화와는 다르게 강현애 작가는 회화의 공간의 환영을 중요한 모티브로 삼는다. 끝없는 깊이의 공간과 명암의 차이로 생기는 번짐, 빤작임 같은 움직임의 효과는 커다란 광경을 형성한다. 또한 고도로 절제된 숙련된 반복적인 고된 수작업에 대한 경이와 화면의 율동적 일렁임은 관객을 신비롭고 강렬한 영적인 풍경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Lechbinska Gallery
Muehlebachstrasse 12, 8008 Zurich
+41 43 243 71 06

WEBSITE  INSTAGRAM  ARTSY

Share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