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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적 질서

유희

Installation View of ‘Self-sustaining order’

자생적 질서(self-sustaining order)란 인간의 본성을 담아내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자연발생적 현
상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복잡한 관계 속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현상은 변하
며 사람들은 각자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 즉, 상호작용 속에서 만
들어지는 질서라고 할 수 있다.

Yu Hee, Self-sustaining order, 2024, Acrylic on canvas, 38x38cm

나의 작업은 캔버스에 물감을 떨어뜨리고 스퀴지의 반복된 상호작용에 따라 물감이 캔버스에서
밀리고 긁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질서를 만들어 낸다. 화면의 구성 또한 인위적인
계획을 자제한다. 물감이 서로 섞이고 겹치며 유대감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캔버스 위에서 물감
을 모으고 밀어내며 해체하는 일을 반복한다.

Yu Hee, Self-sustaining order, 2024, Acrylic on canvas, 38x38cm 

동양에서 천지자연의 질서가 자생적으로 생겨난다고 보는 노자는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고 했다.
여기에서 ‘도’는 자연적 질서를 의미한다. 노자는 사람을 다스리고 정치를 행함에 있어서 자연을
본받을 것을 강조했다.

Yu Hee, Self-sustaining order, 2024, Acrylic on canvas, 72.7×60.6cm

나는 30년 전쯤 대학을 졸업하고 50호 캔버스에 바닷가의 작은 돌과 모래알을 수개월에 걸려 그
렸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작업 속도도 느리고 혼란스러웠지만 반쯤 완성해갈 무렵 제각기 생긴
돌과 수많은 모래알 속에서 질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주의 질서와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을 완성하고 ‘자연의 질서’라는 제목을 붙였다.

Yu Hee, Self-sustaining order, 2024, Acrylic on canvas, 72.7×60.6cm 

자생적 질서는 인간의 본성을 중심하게 담아내며 생겨났고 진화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환
경에 맞게 질서의 형태도 변했다. 인간의 본성 중에 이타주의와 협력은 사회적 유대감을 만들고
우리 인간은 성공한 종으로서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생적 질서는 어떤 이념이나 도덕 종교로
도 막을 수 없다. 자생적 질서를 도덕이나 정치의 기준으로 비판하고 규제하려 한다면 자연을 부
정하고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과 멀어질
것이다. 예술의 세계도 이와 같다고 믿는다.

캔버스는 작은 우주이다. 물감의 작은 입자가 스퀴지에 의해 밀리고 흩어지는 과정 속에서 입자
들은 궤적을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자생적 질서가 형성되며 그 궤적들은 모여 선을 만들고
면을 구성하며 새로운 공간을 확장해 간다. 작업의 과정은 창발을 통해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우주의 여행과도 같다.

두루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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