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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부르는 노래

2021. 11. 5 – 11. 30
허보리

꽃은 고대 이래로 인간의 삶과 밀착되어 수많은 애호가와 관찰자들의 시선을 끌며 작가들의 뮤즈로서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받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 왔다.
< 땅이 부르는 노래 Melody of Earth >展은 허보리가 최근에는 제주에 1년 살이를 하면서 꽃처럼 바람에도 흔들리고 향기에 취하기도 하면서 꽃을 관찰하고 함께 하며 붓질의 미끄러지는 속도감과 경쾌한 터치감으로 드러나는, 작가로서는 꽃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제작한 신작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허보리의 꽃은 바로 사람이다. 허보리의 꽃에는 그의 가족이 있고 그녀가 있다. 시들어가는 꽃에서는 할머니가 있고 허브 꽃에는 향기로운 여인이 있고, 풍성하고 화려한 꽃에는 어머니가 있다. 그 중에 잔잔하고 가녀린 그러나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꽃 속에는 자신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도 <제주 조팝나무><신사동 목련><꽃집여자><뒤를 보는 여자들>…등 어딘가에서 만난 사람의 추억처럼 꽃을 사람으로 인식한 인물화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흔들리던 순간들, 식물들의 시선을 느끼던 날, 그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하모니, 그들이 모여 만들어낸 어떤 흐름들, 즉 사람들의 삶이 있고 찰나찰나의 시간과 영원의 시간들이 들어 있다. 허보리는 작업을 할 때 늘 음악과 함께 한다. 음악을 들으며 한 두시간은 꽃과 음악의 향연에 취해 그들과 하나가 되는 그 지점부터 붓질은 시작이 된다. 마치 어떤 곡을 악기 연주자가 연주를 하듯이 음악과 꽃에 심취한 상태에서 붓끝으로 연주하듯이 그리는 그림이다. 어느 순간은 춤을 추기도 하고 여기저기 터치감을 살리기도 한다.

허보리의 꽃은 작고 무심한듯한 붓질들이 모여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듯이 뚜렷하고 아름다운 꽃의 형상성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마음에 스미는, 오감을 일깨우는, 그 미묘한 느낌으로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꽃이다. 작은 붓질들이 모여 드러나는 것은 뚜렷한 꽃의 형상적 재현이 아닌, 그만의 감성으로 해석된, 온몸에 스미는 꽃이다. 그래서 그의 꽃에는 그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 애잔하고 함께 머물고 싶은 미묘한 metaphor가 있다.
허보리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면 미묘한 세계로 빠져드는 미로 게임과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체가 보여지는 깨달음의 순간, 시점이 모여지는 순간의 쾌감을 경험하게 한다. 그렇게 자연에서 추출한 추상적 시선은 구상과 추상 사이에 묘하게 머물러 있다. 허보리의 꽃은 결과적으로 꽃의 형상성을 띠고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수많은 붓질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되는 묘한 시공간의 공감각적인 흐름을 내포하고 있다.

갤러리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
02 725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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