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7 - 7. 13 | [VISIT] SONGEUN
나탈리 뒤버그(Nathalie Djurberg), 한스 버그(Hans Berg)
Installation View of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
송은은 5월 17일부터 7월 13일까지 나탈리 뒤버그(Nathalie Djurberg)와 한스 버그(Hans Berg)의 전시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를 개최한다.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2009)에서 젊은 작가에게 주어지는 은사자상을 수상했던 나탈리 뒤버그와 스웨덴 출신 작곡가 한스 버그는 클레이 피규어에 기반한 그로테스크하고 매혹적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과 최면적(hypnotic) 사운드트랙을 통해 인간의 동물적 욕망을 다뤄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지난 2022년에는 미우미우(Miu Miu)와 협업해 본인들의 작업인 <A Thief Caught in the Act>(2015)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2022 가을/겨울 주얼리 컬렉션 ‘A Remedy’를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의 큐레이터인 마리오 메이네티(Mario Mainetti)가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09년 프라다 트랜스포머에서 열린 나탈리 뒤버그의 개인전 《Turn into Me》 이후 15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전시이자 나탈리 뒤버그와 한스 버그가 듀오로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이다.
A Pancake Moon
2004년부터 본격적인 듀오로 활동하며 협업해 오고 있는 나탈리 뒤버그와 한스 버그는 전통적인 예술의 경계를 초월해 애니메이션, 음악,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엮어낸다. 두 작가는 협업을 기반으로 시각예술, 음악, 3차원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으로 융합된 작품을 선보여왔으며 영상과 음악을 관련된 세트, 조형물과 함께 몰입형 환경으로 형성함으로써 영화, 조각, 공연의 경계를 흐린다.
Dark Side Of the Moon
듀오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한껏 과장되고 비틀려있어 클래식한 만화의 장난기 넘치는 어법을 연상시키고, 미묘하게 어긋난 순수와 타락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춰나간다. 또한, 무생물 오브제와 익살스럽게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하는 이들 특유의 전개 방식과 테크닉은 관람객의 정서적 공감을 탁월하게 불러일으키는 초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내러티브와도 유사한데, 관람객들이 만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활용하면서도 만화가 흔히 취하는 전형적인 서사 구조 중 일부는 의도적으로 파괴한다. 인물과 주제가 자유롭게 부유하는 영상에서 스토리는 순환 구조를 띠거나 결말 없이 엔딩을 맞고, 춤이나 대립 구도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상호 작용하는 짧은 장면들로 구성된다. 등장인물들은 음악에 맞춰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말풍선에 적힌 몇 개의 단편적인 문장들과 함께 작품의 주된 서사적 흐름을 형성한다.
How to Slay a Demon
영상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나탈리 뒤버그의 애니메이션이고, 그것을 짜임새 있게 직조하는 것이 한스 버그의 음악이라면, 전시에서는 조명이 공간을 정의하는 역할을 맡아 관람객들이 설치와 조각들을 주체적으로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영상 이전에 존재하는 이 총체적인 설치는 그 자체가 디오라마라고 여겨지기에 충분하며, 내러티브는 영상이 아니라 바로 공간에 내재되어 있다. 이렇듯 작가는 작품을 영상과 음악만으로 제시하지 않고 영상 속 등장하는 요소들을 물리적인 전시 공간으로 끌어내 영상이 오롯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시키며, 관람객이 빛과 그림자의 세계에서 황홀하고 마술적인 배경을 여행하듯 직접 거닐게 한다.
The Enchanted Garden
전시명인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와 더불어 이번 전시의 전반적인 구성은 송은의 공간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전개되었다. 동서양의 많은 이야기에서 동굴과 같이 그늘지고 미스터리한 지하의 공간은 알려지지 않은 것, 알지 못하는 것의 존재를 강력하게 암시하며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매혹을 불러일으킨다. 숨겨진 보물이 말 그대로의 물질적인 부이건 심오한 계시이건, 내러티브 속 신비로운 지하로의 입장은 언제나 성장과 발견으로 향하는 길이며, 달의 어둑한 빛이 그 여정을 나란히 비춘다. 전시의 동선도 이와 결을 같이하는데, 전시장에 들어선 뒤 2층부터 3층까지는 나탈리와 한스의 2003년작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숲의 모습과 의인화된 동물 및 오브제가 활용된 클레이 애니메이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후 가장 마지막에 도착하게 되는 지하 2층에서 관람객이 땅 아래 서려있는 비밀을 발견하게 되고, 각자에게 내재된 이야기를 스스로 떠올려보게 한다.
송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02-3448-0100